Mission Field

선교 현장

불과 바람 같은 성령을 기다리는 사람들

작성자
WEC
작성일
2019-04-01 14:21
조회
112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서 불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수도 바쿠는 오래 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바람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아제르바이잔을 둘러싸고 있는 코카서스산맥과 카스피해는 오래된 역사책에 나오는 것처럼 이름만으로도 신비하다. 나에게 친숙한 만큼 당연히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이름을 고향에서는 정작 알고 있는 사람도,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것이 늘 이상하기만 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아시아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유럽에 속해있다고 애써 믿고 싶어한다. 타지에 나가면 러시아 사람이나 터키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겹쳐서 아제르바이잔이 신비한 나라가 된 것 같다. 대대로 러시아, 페르시아, 오스만 투르크와 셀주크 투르크 같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면서 자신들의 정체를 빨리 바꾸는 것이 생존과 처신에 유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들의 애매모호한 정체성과 아슬아슬했던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교의 중심지에 놓여 있다. 천이백만 명의 아제르바이잔 사람이 살고 있는 이란, 투르크 계열의 미전도 종족인 다게스탄, 가장 복음화되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인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인근 국가들과의 좋은 관계와 비교적 쉽게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 덕분에 열심 있는 현지인 신자들은 선교사가 가기 힘든 주변 나라들로 전도여행을 다녀오고는 한다. 또한 국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국가가 세속 정치를 지향하고 있어서 사회의 분위기가 비교적 개방적이다. 이로 인해 휴가 동안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이 나라로 여행 오는 주변 국가의 무슬림 여행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성경과 선물을 나눠주는 용감한 현지인들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무슬림인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인근 국가들에 비해서 복음에 반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별히 수도 바쿠를 벗어나면 복음이 전해진 지역이 무척 드물다. 그래서 더 많은 추수할 일꾼이 필요한데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비자가 어려워서 선교사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최근 거세게 부는 한류의 끝자락이 이곳에도 미치고 있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중국의 행정구역의 일부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서울, 월드컵, 올림픽, 태권도, 현대, 삼성, LG 등을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한국의 대통령을 김정은이라고 믿고 우기는 현지인들도 많기는 하다.

이곳에서의 사역은 구소련 시대부터 아제르바이잔을 마음에 품었던 20대의 젊은 미국 청년 한 명의 믿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때는 6개국에서 온 16명의 사역자들이 모인 팀으로 성장했다가 많은 동역자들이 떠나고 말았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들이 팀에 합류하고 있어서 수도를 넘어서 지방에까지 사역을 확대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이곳에 소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역자들은 학생, 사업가, 한국어 교사, 한국기업의 현지 채용 직원, 통번역 전문가 등으로 신분을 갈아타면서 살고 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내려 놓고 인도하시는 대로 새로 배우고 새로 시도하는 것이 이땅에서 사는 매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믿음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분명 비자의 문턱이 높다. 하지만 염려에 지쳐서 떠난 사람들은 있어도 비자를 받을 수 없어서 나라를 떠나야 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 부르심이 있으면 인도하심도 있기 때문이다.

글 S

RUN지 87호(2019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