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북아프리카 해가 지는 서쪽 땅 끝 필드

작성자
WEC
작성일
2019-05-14 11:11
조회
1114

북아프리카는 초대교부 시대에 기독교 신학의 꽃이 가장 찬란하게 피었던 곳이고, 7세기 경에는 기독교 인구가 80%에 육박할 정도로 기독교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땅이었다. 그런데 7세기 말엽, 아랍의 침략을 받기 직전까지 교회는 이단들과 수많은 신학 논쟁을 하느라 이미 신앙의 열정이 식어버렸고, 사랑의 부재로 교회의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랍의 침입 이후 교회는 극도로 쇠퇴해갔고, 교회가 갑자기 증발해버렸으며 지난 1400년 동안 교회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곳은 선교학적으로는 ‘잊혀진 땅’, ‘선교의 사각지대’로 알려져 왔었다.

우리는 1994년부터 이곳에 본격적으로 사역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 합류하는 일꾼들이 증가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어나면서 이곳의 C국과 D국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선교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아랍의 봄과 맞물려 IS가 출현하게 되면서 아랍 이슬람권의 정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수백만의 무슬림들이 이슬람에 회의를 갖게 되었으며 무신론에 빠지거나 복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던 아랍 이슬람권에 치명적인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땅에 선교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해가 지는 서쪽 땅 끝‘이라는 아랍어로 마그레브[Maghreb] 지역의 세 나라에서 현재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비전은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여 이 지역의 다양한 종족들 속에 교회가 개척되고 강화되는 것을 보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이다. 우리의 사역 팀이 존재했던 한 나라는 서방국가에 대해 폐쇄적이라서 현재 다른 단체의 한국인 몇몇 사역자 외에는 외국인 일꾼이 없고, D국은 아랍 혁명 이후로 계속되는 내전으로 3개의 세력으로 분열되어 혼란을 겪어 왔고, 하나의 정부 설립을 위한 평화협정과 로드맵이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D국은 한국 정부가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있어서 한국인 일꾼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A국은 2010년 즈음해서 선교사 대추방이 일어난 이후 선교활동이 많이 위축되었고, 여전히 추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다시 선교의 동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개방 경제정책으로 외국 자본 유치가 활발해지므로 경제적 발전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 일꾼들에게 5년 비자가 발급된다는 점이 아주 긍정적이지만, 최근에는 비자법이 갱신되어 비즈니스 비자 정책이 까다롭고, 비자 문제로 인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15년 이후부터 새로운 일꾼들이 많이 합류하여 수적인 성장이 일어나고 안정을 많이 되찾았는데, 최근에 신임 일꾼들이 여러 사유로 본국으로 돌아감으로 새로운 일꾼 동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감사하게도 E에 문화센터가 설립되어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을 사역자들과 현지인들에게 마련해줌으로 새로운 형태의 팀 사역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B국은 여전히 사회 기반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고 사막기후로 인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기술과 재능을 가진 일꾼이라도 대환영을 받는다. 2017년부터 비자법이 경신되어 공항에서 곧바로 1년 여행비자도 쉽게 받을 수 있을 만큼 현재까지는 비자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이곳은 실용적인 기술로 섬길 수 있는 일꾼들과 NGO를 통한 개발 사역에 비전을 가진 일꾼들에게 아주 적합한 사역지라 할 수 있다. 최근 A국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보건 사역을 실시하기 위해 본격적인 착수에 들어가고 있다.

C국은 아랍 혁명의 최대 수혜국으로 아랍 최초 민주 정부 수립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고, 2015년에는 국민4자대화기구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신 헌법에 샤리아법이 제외되고, 양심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명시되므로 사회 전반적으로 자유의 물결이 흘러가고 있다. 특히 2011년 재스민 민주혁명 성공 이후로 기독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증가했고, 인터넷 기독교 홈페이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복음 전도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잘 발급되던 학생비자의 문이 닫혔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통한 창의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는 한 NGO는 지역개발, 농업 및 관개 기술, 특수교육 등으로 지방에서 사역이 가능하고 이 NGO와 MOU를 맺어 위탁되면 비자 획득도 가능하다. 비자 문제가 큰 도전이지만 현재까지는 3개월마다 비자 여행하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거주증 유무에 관계없이 사회적 신분이나 정체성이 분명하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효과적인 선교사역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부분으로는 영성, 언어, 한국어 교사 자격증, BAM(비즈니스 선교) 등이 있겠다. 이곳은 영적 전쟁이 치열한 곳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강한 영성이 준비되어야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영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 영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팀원들뿐 아니라 현지인 신자들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의 강한 영성을 가져야 한다. 한국 일꾼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도의 영성이지만, 선교 현장에 있으면 새벽 기도와 철야기도를 혼자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부일 경우, 파송 전부터 함께 기도하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역 팀의 공용어가 영어이기에 영어로 의사소통 능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사역 언어로는 아랍어와 불어인데 적어도 둘 중 한 언어는 후보생으로 있을 때 미리 공부를 해 두는 것이 초기 현지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류의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어서 한국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이 많다. 한국어 교사자격증을 준비해 오면 초기 복음 접촉에 도움이 되고, 한국어 문화센터 설립을 통해 사역의 기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언어학교를 통한 학생비자의 문이 점점 닫히고 있기 때문에 BAM을 통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글 김열방

RUN지 88호(2019년 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