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믿음의 만 가지 이유

작성자
WEC
작성일
2019-09-17 14:22
조회
973

“오랜만에 아침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릴 적, 엄마는 나와 동생들을 고아원에 맡기고 사라졌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야 다시 우리에게 나타났던 엄마는 어떤 영으로부터 신령한 능력을 받은 듯했다. 엄마는 악한 영과 사람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고 이는 한편 생계유지의 방편이 되었다. 그 영이 나에 대해 또 무엇을 말해줬는지 내게 연락을 해서는 노발대발하신다. 나의 남편이 죽은 것도, 둘째 아이가 알코올중독이 된 것도, 셋째 딸이 결혼한 후에 남편에게 심하게 맞고 결국 돌아오게 된 것도 다 내가 배교를 했기 때문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셨다. 변명할, 아니 대꾸할 힘도 없었다. 이런 날이면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 저녁이 되니 첫째가 전화를 해서는 엄마가 잘못된 길에 빠져서 지금 알라에게 저주를 받은 거라 귀가 아프도록 쏘아댔다. 며칠을 앓아누웠다. 주머니도 텅텅 비었다. 하루에 빵 몇 조각이 먹은 것의 전부여서 육체적으로도 힘이 날 턱이 없었다. 멀리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첫째를 제외하곤 우리 가족은 삐쩍 말랐다.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뭘 먹고살아야 할지, 어떻게 아이들과 관계를 회복할지, 엄마가 나를 좀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을 것을…… 가시지 않는 두통에 오늘도 밤잠을 설친다.

주변에 사는 친척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내가 얼마나 잘못된 길로 빠졌는지 얘기한다. 그들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친족 중심 사회인 이곳은 그들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기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아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나의 구원자이시고 주인이신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아이들은 내가 기도할 때 방을 나가버린다. 내가 예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 그토록 싫은 모양이다. 전쟁 때 난민캠프에서 받은 성경책을 처음으로 나에게 가져다주었던 나의 아이들이었다. 피난민으로 있다가 이곳으로 돌아온 후 천진했던 아이들이 배운 대로 예수님에 대해 말하자 공격받기 시작했고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주님을 떠났다. 가끔씩 아이들과 논쟁이 시작되고 그러면 곧잘 엄마가 믿는다는 그 예수님에 대해 증명해 보라고 난리다. 사랑스러웠던 이 아이들이 이제는 나를 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한동안 두려움 속에 많이 힘들었다. 자는 중에 꿈을 꾸었는데 예수님이 나에게 와서 힘 없이 서있는 날 포근하게 안아 주셨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주님이 날 데려가셨으면 좋으련만……”

이곳에 살고 있는 극소수의 성도들 중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된 어느 자매의 일상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녀와 자주 만나며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듣는 이야기가 쌓일 때마다 우리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러한 어려움과 핍박 속에 신앙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우리는 조언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울어주고 기도해 줄 뿐……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폭풍과 같은 시간 속에서 힘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자매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더 믿음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상황과 환경이 변한 것은 없지만 만날 때마다 주님께서 어떤 일을 그에게 행하셨는지를 듣는다. 교제가 깊어질수록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고 또 우리도 주님을 더 기대하게 되고 우리의 믿음도 함께 더 견고해져 감을 느낀다.

그녀의 둘째 아들에게는 5살 된 딸이 있는데 오늘은 이 손녀와 함께 우리 집에 왔다. 그녀의 요청으로 함께 현지어로 ‘만 가지 이유(10,000reasons)’ 찬양을 불렀다. 그녀가 손녀와 같이 이 찬양을 많이 불렀나 보다. 그녀의 손녀도 이 찬양을 다 외우는 게 아닌가! 오늘 우리 집에서 너무 아름다운 찬양의 소리가 하늘로 올라간다. “곧 그날에 나의 힘 다하고 나의 삶의 여정 마칠 때 끝없는 찬양 드리리라 수많은 세월 지나 영원히……” 아멘!

글 애민

RUN지 89호(2019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