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혼인 잔치

작성자
WEC
작성일
2020-03-26 14:04
조회
946
J는 파티마 아주머니와 오래된 이웃 관계입니다. J는 파티마의 첫째 아들인 압달라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습니다. 결혼식 당일 아침부터 파티마의 집에는 타지에서 온 친척들로 북적거립니다. J도 아침 일찍부터 파티마의 집에 머물면서 친척들, 정말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름 외우기에 바쁩니다. 그때 파티마의 시어머니가 오셔서 J는 파티마의 시어머니와 한쪽 뺨을 맞대고 인사를 나눕니다. 파티마가 부엌 일을 하고 있을 때 J도 부엌으로 따라 들어가 결혼식 하객들을 위한 과일과 대추야자를 준비하고 커피 만드는 일을 돕습니다. 그 후에 파티마와 두 딸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받고 왔는데 한 번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미고 왔습니다. 집안의 모든 여자들은 잔칫집 답게 계속 흥얼거리며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집안 여자들도 역시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영화제 시상식에나 입을 법한 멋진 드레스를 입고 겉에는 아바야(아랍여성의 검은색의 외출복)를 입은 뒤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도 결혼식은 일생 가운데 큰 행사이기에 결혼식 홀이나 호텔에서 아주 성대하게 이루어집니다.

간략하게 결혼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를 살펴보자면, 양가 아버지가 이맘 앞에서 결혼을 동의하는 밀카(약혼식)가 있은 후 혼인 서약서를 법원에 제출합니다. 밀카는 경우에 따라 결혼식처럼 행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신부집에서 조촐하게 가족들끼리 모여 신랑이 신부에게 예물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결혼 지참금을 지불하며, 금액이 클수록 신부의 가치를 높여 준다고 합니다. 보통 밀카가 끝난 며칠 후에 결혼식을 합니다.

걸프지역의 결혼식은 보통 주말 저녁에 시작해서 밤이나 새벽에 끝납니다. 파티마는 결혼식장 여성 홀에 일찍 도착해 하객들을 맞이합니다. 결혼식은 여자들이 있는 곳에서 진행이 되고 남자들은 밖에서 전통 춤인 지팡이 춤(알아이얄라)을 추면서 축하를 하는데, 남자들은 결혼식을 볼 수 없습니다. 여자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기 시작하면 아랍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고 신랑과 신부측의 여자 가족들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때 여자 가족들은 아바야를 벗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이 시간을 즐깁니다. 음식으로는 양고기를 비롯한 아랍 음식들이 나오고 테이블별로 식사를 합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 지난 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부케를 손에 들고 신랑 없이 혼자서 천천히 입장하며 하객들에게 눈인사를 합니다. 이때 하객들 중 몇명은 ‘랄랄랄라~’하는 소리를 내어 큰 소리로 축하해 줍니다. 입장을 마친 신부가 홀 맨 앞에 앉아 있으면 가족들, 친구들이 줄을 서서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J도 신부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고 내려 옵니다. 그때 파티마의 친척들이 J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합니다. J도 축하하는 마음으로 함께 춤을 추는데 친척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J는 춤추며 혼자 생각합니다. 혼인 잔치의 즐거움이 이렇게 큰데, 이들이 신랑 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객석이 술렁이며 이곳 저곳에서 아바야를 주섬 주섬 입습니다. 신랑과 신랑의 가족들이 들어온다는 신호입니다.(여자들은 남자가 들어오면 아바야를 입어야 합니다.) 신랑인 압달라는 하얀 아랍 캔두라를 입고 허리에 긴 칼을 차고 양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며 들어옵니다. 그리고, 신부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고, 결혼 케익을 자르며 결혼식은 마무리가 됩니다.

몇 달 후에 있을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 J는 파티마와 함께 춤추기로 약속합니다. 파티마의 나머지 다섯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이들이 예수님을 아는 기쁨을 알게 되기를 꿈꿔 봅니다.

글 나암 초이

RUN지 91호 (2020년 겨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