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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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의 추석 선물세트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4 23:35
조회
4927
- 최철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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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의 추석선물세트


수산식품 회사를 다녔던 나는 해마다 명절 때면 선물세트로 정신이 없다. 수산식품으로 패키지가 된 선물세트를 만들어 시중에 내야 하는 일로도 바쁘고, 여러 지인들에게 선물세트를 돌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선교사가 된 이후로는 그런 부담감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본부 식구들을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라고 하면서 빈손으로 보내야 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날 불쑥 소영이가 “선물세트에요.”하고 내놓는 것이 있었다. 벌써 다른 친구들은 그 앙증맞은 선물세트를 받고 까르르 웃으며 좋아들 한다. 어린이들이 간식으로 먹는 손가락만한 소시지 하나, 쵸코릿바 하나, 그리고 마이쮸 캔디 하나를 리본까지 매어서 하나씩 돌렸다. 얼핏 계산하면 천 원은 조금 넘을 것 같았다.

휴일에 소영이의 선물세트를 하나씩 까먹으며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이 떠오르는지! 삶이란 무언가? 신앙이란 무언가? 행복이란 무언가? 그런 밑바닥 문제들까지 들추어내며 우리 부부는 마주앉아서, 그리고 산책길에서 끝없이 생각하며 대화를 하게 되었다.


한 가지 기가 막힌 발견은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 감격하고 행복해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특갈비세트나 굴비세트를 받았을 때도 이처럼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이처럼 선물 준 이의 마음을 새기고 또 새겨보며 감사할 줄 알았던가?


미국에서 훈련을 받을 때 야구를 무척 좋아하던 연세 드신 여자 선교사님 두 분이 있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야구장에는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두 분 할머니 선교사님들께 야구 티켓을 꼭 사드리라고 어떤 분에게 부탁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그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흐뭇했던지!


예수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않다.” 그렇다. 사람의 행복도 결코 그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나는 무소유를 부르짖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신 모든 사람들과 모든 선물들로 인해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