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역대 본부장 칼럼

눈물로 읽은 편지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3 17:15
조회
4827
글쓴이 : 유병국
Date : 2007-08-15


울면서 읽은 편지


아프간에서 온 어느 동역자의 편지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번도 읽지 못하다가 오늘 아침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고 여러분들에게 나눕니다.


" 지난 8월 1일로 통과된 새로운 여권법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이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되면서, 국제 단체들과 일해 왔던 저희도 한국인이라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사역을 내려 놓는 아픔 1 ]

그동안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사역해 오셨던 사역자들이 느끼는 아픔은 너무나도 큽니다.

성경공부에 관심이 있어 하는 현지인들이 생겼다며 들떠 있던 사역자들,

잘 양육 받던 현지인들이 세례를 받고, 믿음이 자라가는 것을 보며 무척 기뻐하셨던 분들,

현지인들이 스스로 전도의 열매를 맺으며 리더로 서가는 모습에 흐뭇해 하셨던 분들,

이러한 사역자들의 본을 모델로 삼아 언젠가는 거둘 열매를 기대하며, 꿈꾸며 준비해오던 신참들인 저희들이 느끼는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할 말을 잃어버리고 긴 한 숨만이 저절로 나옵니다.

어떤 사역자들은 일년에도 한두 번 주변국에 휴가를 다녀오지만, 저희 팀의 선생님들은 몇 년 만에 한국에 들어가신다며, 이번 여름을 기다리며 들떠있었는데, 이제 다시는 이 땅에 돌아오실 수 없어 한국에서 마음만 태우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그 분들의 먼지 쌓인 빈집을 가 보았습니다. 방문 하나하나를 열어보며 함께 했던 시간들을 더듬었습니다.  기도회하면서 그리고 교제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 지금 양육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가 어떤지, 양육 자료를 서로 나누며 양육의 기쁨을 기대했던 순간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다스려야만 했습니다.

 [ 사역을 내려 놓는 아픔 2 ]

오늘 저녁, 목에 걸리는 저녁을 다 먹었을 때쯤, 저희와 함께 일하셨던 현지인이 찾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우리가 떠난다는 소식에 너무나 슬퍼하며 그 사실을 확인하러 오셨습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정말 정이 많이 드신 분이시고, 저희들이 이사를 나가면 그 가정을 초대할 기대감에 있었는데 ……

 저희들이 떠난 다는 소식을 들은 현지인들, 어떤 이는 눈가가 촉촉히 젖기도 했습니다. 납치당한 한국인들을 걱정하며 저희들에게 괜시리 미안해 하셨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는 가운데 맞이하는 이별은 견디기가 힘드네요.

하나님, 아버지께 여쭈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아래에 있음을 기억하며 저의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 고통 가운데 함께 하는 위로하심 ]

저희들이 떠나야 만하는 상황을 보며 우리 단체 대표가 찾아와 위로를 해 주십니다.

자신도 젊었을 때, X국에 비전을 품고 평생을 드리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곳에서 일하신지 10개월 만에 외교관계로 쫓겨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렇게 이곳에 보내주셨고 지금까지 사역하게 하셨다는 고백을 하시며, 저희들을 위로하십니다. 파키스탄에서 쫓겨나가신 이야기, 탈레반 시절에 장막을 옮기셔야만 했던 상황들을 나누시며 저희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시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팀에서는 서양 동역자들이 납치된 한국인들을 위해 매일 교회에 모여 기도해 주십니다. 동시에 떠나는 한국인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한국인들을 위한 위로의 시간을 가지며, 서양사역자들이 나와서 그동안 함께 누렸던 사역의 기쁨을 나누며 저희들이 꼭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해 주었습니다. 눈물 흘리며 격려하며 기도해 주는 그들을 보며 국경을 초월한 하나님 안에서의 한 형제요 자매임을 느꼈습니다.

[ 새로운 소망을 바라보며 ]

어젠 팀장인 미국 형제 부부와 함께 현지인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이 가정의 가장인 A형제만이 예수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의 변화된 삶에 가족들이 조금씩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는 단계입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땅거미가 지고 난 후에 찾아간 산중턱의 집, 문 앞에선 눈인사만 하고, 반가운 인사도 문을 닫고 방안에 들어간 후에야 소리 내어 하였습니다.

극진히 준비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밤 11시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일 것 같은 현지인 가정의 방문은 저희들의 마음을 더더욱 애통하게 하였습니다. 다시는 이런 교제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결단이 마음 가득히 채워졌습니다. 이들과 함께 쌓아가는 이 살가운 정을 결코 포기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이들을 사랑하시는지, 이제 조금 더 이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눈을 뜨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떠나야 하는 슬픔과 동시에 소망어린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하나님이 언제 저희들을 이곳으로 다시 부르실지, 아니면 다른 곳을 보내실지 알 수 없지만, 있는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사람끼리 쌓아가는 정을 풍성히 누릴 기쁨을 꿈꾸어 봅니다.

 [ 안개속의 불빛 ]

한국인 사역자들은 기본적으로 8말까지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일단은 8월 말에 카불을 떠나려고 합니다. 두바이를 경유하여 갈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한국 가는 티켓을 알아볼 것입니다. 그러면 9월 중순 경에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 봅니다.

 그동안 그저 단순한 삶을 산 것이 그나마 갑작스럽게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됩니다. 정리할 짐도 별로 없네요. 이번 일을 통해서 더더욱 순례자로서 가벼운 삶을 살 것을 다짐해 봅니다.

아이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한국 가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다만 한국을 방문한 후, 이곳에 꼭 다시 와서 살자고 합니다. 아이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