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역대 본부장 칼럼

멀리보는대통령이 되시기를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4 23:04
조회
4868
2007년 신년호 권두언


본부장 유 병국 선교사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봉사단원들의 납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좀 더 객관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곧 좁은 땅 덩어리, 단일 민족, 단일 문화, 어쩔 수 없이 생각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좁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참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일어나자 일반 국민들은 국가가 여행을 자제한 나라에 들어간 것이 마치 망국적 대죄라도 지은 양 한 목소리로 매도를 했습니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올라온 댓글들은 기억조차 하기 싫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자신들은 분명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교회대로 허둥대고 당황해 하며 우리 앞에 일어난 그 사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이 때라 생각하고 정부는 한국인들이 들어가기에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나라들에 아예 국민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의 개척적인 발길을 막은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교사들의 길을 막은 것입니다.

그러나 알아야 합니다. 온 세계 창의적 지역에 나가 있는 선교사들은 정부의 보냄도 받지 않았고, 정부로부터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지도 않지만 이들이 그곳 현지 주민들에게 심어주는 한국의 얼, 그들이 펼치는 대민 사랑의 봉사는 그 어떤 것으로도 값을 메길 수 없는 무한의 투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 나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외교적 행위를 통해서 만은 아닙니다. 이웃 나라를 침략한 국가라는 역사적 굴레를 쓰고 있는 독일과 일본이 유독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에게 우물을 파고 진료소를 세우고 학교들을 세우는 일들에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바로 바탕 민심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 자국을 알리는 일이고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어려운 일을 만드는 한국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곤란에 빠지는 것을 피해 위험한 나라들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함으로서 쉽게 통제 하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근시안적인 생각입니다. 외교관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오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바로 비정부 단체 봉사 요원들이고 기독교 선교사들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이 되었습니다. 새 대통령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좁은 땅, 뻗어 나갈 곳도, 나올 것도 많이 없는 이 땅에서 우리가 사는 길은 바로 바깥으로 나가는 일임을 말입니다. 이것은 꼭 해외로 물건만 많이 파는 무역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온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개척 정신이 강한 우리 한국인이 가야 할 곳은 분명합니다. 다소 위험하기는 해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입니다.

미국 대륙을 방문했던 자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었습니다. 미지의 세계가 무섭고 위험하다고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매년 수 백 만 명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나라에서 간혹 희생자들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나라들로부터 미움과 배척의 대상이 되어있고, 테러의 표적이 된 미국인들에게 미국 정부가 법으로 자국인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나라는 없습니다. 심지어 자국과 전쟁 중인 국가에도 법으로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국민의 기본적 자유인 거주 이동의 자유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간 등지에 내렸던 여행 금지 조치를 신속히 해제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위험한 지역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나가서 고지를 선점하도록 격려해야 할 때입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담기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외교부는 더욱 효율적인 재외 국민 관리 지도를 통해서 자신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창의적 국민들이 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일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것이 외교부의 존재 이유요 임무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어느 기업인이 말했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기회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오늘입니다. 새 대통령은 세계를 보고 나갈 수 있는 넓은 안목을 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