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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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식은 많은 게 좋을 것 같지요?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4 23:07
조회
4813
그래도 자식은 많은 게 좋을 것 같지요?


요즘 들어 우리 부부는 원치 않게 밤을 지새우게 되는 날이 많습니다. 주로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전화 통화 때문입니다. 선교지에서 만의 일이 아닙니다. 선교지 선교사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의 수습 선교사들까지 합치면 500 명의 대 가족에 육박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인테넷 전화 스카이프가 발달하면서 국제 전화하는 일이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지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다가 행여나 오늘 중요한 메일이 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열면 아니나 다를까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이메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요. 선별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급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되는 것부터 답장을 해 주려고 해도 제법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되지요. 어떤 경우에는 그냥 안부 메일인가 보다 생각하고 잠깐 읽고 넘어가야지 하는 메일이 그것을 보낸 당사자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고민거리를 나누는 내용일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마터면 큰일을 당했을 수도 있는 내용들이었지요. 할 수 없이 메일 하나하나를 읽다가 보면 어느 듯 이른 새벽이 되기도 합니다. 겨우 답을 했다고 생각하고 이 메일을 끄려고 하는데 ‘삐걱’,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스카이프 전화가 오는 것입니다. 보면 누가 보낸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파란색 전화 표지를 클릭할라치면 반가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새 우리는 시간도 잊어버린 채 내 목소리는 커지게 되고 먼저 잠이 들었던 아내마저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전화 내용을 듣지요. 처음에는 누구인가를 짐작하려고 애를 쓰고, 곧이어 대화 속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전화 내용을 추론하여 알게 되지요.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의사도 대화 속에 끼워 넣게 되지요. 힘들게 걸려 온 전화이기에 상대방은 가능하면 오래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들의 사정을 가능한 자세히 들으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지요. 어느 덧 두 시, 세시가 넘었음을 알고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라 생각하고 대화를 마무리 하려고 할 즈음에 다시 다른 곳으로부터 ‘삐걱’, ‘삐걱’ 하는 새로운 스카이프 전화 음이 나타납니다. 보면 또 다른 사역자로부터 온 전화입니다. “아니, 지금이 몇 시 인데 이렇게 스카이프 전화를 하느냐”고 즐거운 비명처럼 잔소리를 하면 “그곳 시간은 아직도 늦은 오후인데 우연히 콤퓨터에 들어가 보니 내 컴퓨터가 켜져 있는 표시가 나와 있어서 주무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또 다시 한 시간, 이렇게 되면 어느 덧 이른 새벽도 가고 늦은 새벽이 스르르 몰려와 있지요. 전화가 끝이 나면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잠자리에 누운 우리 부부는 방금 들은 그 문제를 놓고 두런두런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짧은 밤은 지나가 버립니다.


어찌 보면 기가 막힌 일이고, 힘든 삶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밤을 새워 가면서라도 통화를 한 사람들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바쁘고 힘든 우리 생각해 준다며 전화 하는 것도 절제하며 혼자서 고민하던 동역자들 중에 나중에 본인들도, 팀 리더도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어 해결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지게 된 경우들도 있지요. 차라리 우리의 몸이 피곤하여 낮 시간에 비실비실 하는 한이 있어도 나중에 문제가 더 크게 되어져서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는 경우 보다는 나을 것 같지요. 어차피 이 일을 맡은 이상 이런 불편함과 희생(?)은 불기피한 것일 것입니다. 차라리 우리 부부가 잠을 설치고 힘드는 것이 낫지 나중에 잃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일군들이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은 훨씬 더 아프고 손실일 것이니까요.


사람 사는 세상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많네요. 어릴 때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자조적인 어른들의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지가 많아지니 바람 잘 날은 정말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나 나는 비록 바람 잘 날이 없어서 분요하기는 해도 자식이 많은 것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네요. 그런 자식들 중에서 그래도 인물이 나올 것이니까요.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히 잠만 늘어지게 자던 사람의 인생도 속절없이 가는 것이 짧은 인생입니다. 비록 오늘이 힘들어도 희망을 가질 내일이 있기에 인생은 좋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