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역대 본부장 칼럼

WEC은 제대로 가고 있습니다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4 23:10
조회
4794
유병국



여기는 브라질의 벨로리존테의 어느 곳에 위치한 해발 1300 m 산위 청소년 수련회장입니다. 지난 10 여 일 동안 스무 명의 WEC 리더들이 모여서 CC(국제 조정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참 빡빡한 스케줄이기는 하지만 참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하루는 회의 중 속이 상해서 반나절을 웃음을 잃고 보내기도 하였지만 비교적 이제껏 참석해 본 CC 중에는 가장 많은 생산적 대화가 오고 간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록 스무 명의 리더들이지만 생각들이 참 다르네요. 평생을 헌신한 분들이어서인지 생각의깊이도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가 ’국제화‘를 추진하는 단체고, 비서구권에 문을 활짝 열어 놓았으면 그들(한국인)이 가지고 있고, 그들 나름대로 경험한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믿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특유의 긴장되고 약간은 공격적인 목소리의 우리의 주장에 갑자기 회의장이 숙연해 집니다. 말 한 우리도 자리에 앉으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지요. 너무 한국 선교사들을 변호하는 데만 체면도 없이 외쳤던 것 같아 머쓱하기도 했었습니다.


한 동안의 침묵이 흐릅니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른 목소리가 차분하고 조용하게 나옵니다. 자기가 경험한 한국 사람들 중에는 ‘팀에 대한 이해가 좀 잘 못 된 것 같고, 다소 자기중심적인 모습, 팀 보다 한국인들 모임에 가는 것을 더 잘 지키는 것 같은 모습, 리더에게 복종하는 상명 하복의 문화에서 왔다는 한국 선교사들이 오히려 리더의 말을 듣지 않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문화적, 사역적인 다양성을 구실로 적당히 자기들 일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사역자도 있는 것 같다.’ 행여 WEC이 지켜온 핵심적 가치가 잘못되기라도 할 새라, 급격한 변화를 아직은 쉽게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전통적인 서구에서 온 분들의 말입니다.


우리 목소리가 너무 커서였던지 이분들의 목소리가 유독 조용하게 들렸던 것 같았습니다. 우리끼리 이야기 이지만, 이분들의 목소리는 많은 부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실적 문제를 지적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단체에 들어 온 이상 단체의 일원에 어긋나는 사역이나 독자적 행동은 절제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우리 단체가 핵심적 가치로 말하고 있는 ‘희생’과 ‘교제’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 째 그룹, 국제 리더들을 위시한 다수의 리더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취해야 할 팀의 개념은 바로 이해와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제껏 우리가 생각해 온 것이 잘 못 일수도 있지 않는가. 지금은 우리가 변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우리가 새로 들어 온 사역자들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어쩌면 문화적 이해 부족에서 나온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 저들에게는 우리가 갖지 못한 그 무엇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가장 긍정적인 이해들이지요.


마지막 그룹입니다. 다소 과격해 보이는 한국 대표들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쉽게 가표를 던지기도 뭣하고, 이제껏 지켜 온 핵심적 가치에 작은 손상이라도 갈 까 조바심 하는 보수적 사역자들의 방법에는 더 더욱 가표를 던지기가 뭐해서 차라리 관망하고 침묵하는 리더들입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회의입니다.

그런데 누가 뭐래도, 분명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WEC은 지금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이용하여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여러분들은 바로 이런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 WEC에 들어 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시대에 변화의 주역들인 여러분들로부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게 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연히 이쪽도 저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체 서로에게 상처만 입게 하는 서투른 변화는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희망을 말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는 바로 우리들의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한 대장을 위해 싸움터로 보내진 군사들이라는 현실 인식입니다. 적전 분열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을 이길 작전을 짜다가 우리끼리 갈등하면 적으로 하여금 어부지리를 얻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바로 이런 단체에 속해 있습니다. 이것은 곧 자랑이요 희망인 것입니다. 어느 파티도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맙시다. 존경과 사랑으로 포옹하고 이해하는 일이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