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주님과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 시작

작성자
WEC
작성일
2012-02-29 16:43
조회
5365
주님과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 시작
-이모작 선교 네트워크 사역을 시작하며-


주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실 ‘풍성한 삶’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그러나 우리는 내 발 밑의 불도 끄지 못하고 절절 매며 살 때가 얼마나 많은 지 모릅니다. 저도 오래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파도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참 많았습니다. 하나의 큰 파도가 지나갔는가 하면 또 다른 더 큰 파도가 밀어닥치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숨 돌리는가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밀려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마치 풍랑 만난 배를 타고 가던 제자들처럼 분명히 주님과 함께 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걱정과 근심과 두려움과 피곤함을 호소하는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나이 50이 넘어가자 이제 나의 삶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하자면 인생 후반전을 위한 <작전 타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이대로 계속 가야 하는가? 그런 질문을 저 자신에게 자주 던졌습니다. 무언가 나를 정신 없이 이끌어가고 있는 급 물살을 일단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늘 부담이 되었던 말씀이 바로 ‘달란트 비유’였습니다. 다섯 달란트를 받았는지, 아니면 두 달란트를 받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를 어떻게 <배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주님께서 받으실 만 하고, 칭찬하실 만한 장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계산대 앞에 내놓을 만한 이윤이 없다면 내 인생은 말짱 헛거라는 것을 알고 그 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그래서 50대 중반의 뒤늦은 나이에 선교사로서 헌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코 억지는 아니었습니다. 아주 즐겁게 털고 일어났습니다.


저희 부부는 미국본부에서 WEC선교사의 훈련을 받고 중앙아시아의 선교지로 갔습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기쁨, 팀원들과의 화목한 교제, 현지인들의 믿음의 변화, 아름다운 자연 환경, 그 속에서 맘껏 자유와 평안과 기쁨을 누렸습니다. 선교지를 떠나올 때는 나의 ‘행복 끝’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WEC에서의 사역은 우리 부부의 최고의 ‘행복 시작’이었습니다. 주님의 생명력으로 넘치는 젊은 형제 자매들과 매일 만나고, 함께 일한다는 것, 정말 모두가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이라도 된 것 같았습니다. 본부장직을 내려놓고, 사무실 부근에 세 얻어 살던 방도 빼고, 함께 일하던 몇몇 형제, 자매들도 자신의 길들을 찾아 하나 둘, 떠날 즈음 저의 마음에는 또 ‘행복 끝’이라는 푸념이 슬며시 생겼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아니, 내가 함께 하는 곳은 언제나 행복 시작!” 그 말씀에 얼른 힘을 얻고 새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새로운 사역은 <이모작 선교 네트워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인생의 전반기는 세상을 향해, 나를 위해. 성공을 향해 달려온 시간이었다면, 인생의 후반기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주님을 위해, 인생 승리를 위해 살자는 뜻입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모작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60세에 은퇴를 하였는데, 그 때 생각에는 이제 세상에서 해야 할 일도 다 했으니 나머지 인생은 손주들이 커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조용하게 쉬면서 보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나이에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고 느껴졌던 거지요. 그래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지내다가 어느덧 90세 생일을 맞게 된 것입니다. 그 때야 비로서 그는 자신의 인생 30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후회했다는 겁니다.

이제는 사람의 한 평생이란 말 대신 사람의 두 평생이란 말을 써야 할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도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인생의 이모작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혹 그것마저도 자신만을 위한 삶이 된다면 종류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결국 전반부의 반복에 불과할 뿐, 그건 인생을 두 번 헛사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가서 계산할 때 꽝이라고 드러난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고 원통하겠습니까? 자신은 그래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그것이 꽝이라니! 얼마나 기가 차겠습니까? 이모작 인생이라고 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하고, 칭찬하실 만한 이모작이 되지 않으면 그것 역시 세월만 낭비한 것이 되지요.


그래서 저희는 은퇴를 앞둔, 혹은 은퇴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전반전 인생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터득한 일들을 후반 인생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주님을 위해, 복음을 위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쓰도록 동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은퇴하는 나이의 그리스도인들은 참 대단한 은혜를 맛본 사람들입니다. 한국 교회의 부흥, 한국 산업화와 경제 발전의 주역들 아닙니까? 교회 안에서도 온갖 교육과 훈련을 다 거친 사람들입니다. 이 값나가는 자원들을 그냥 땅에 묻어버린다면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책망을 들을 겁니다. 주님께서는 지금을 위해 오래 동안 이 세대를 준비하셨다고 느껴집니다. 이들에겐 사회 생활 속에서 터득해 온 나름의 전문성과 지식과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런 자원들을 어떻게 선교지와 연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존 선교사들과 엮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희 사역의 포인트입니다.


자신의 후반 인생을 주님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싶어도 길을 찾지 못하는 시니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이런 좋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어디에다 요청해야 할 지 모르는 선교지, 선교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을 위해 저희들이 말하자면 <시니어선교한국> 내에서 <선교 복덕방>을 개설한 것이지요. 물론 처음에는 충분한 공급과 수급이 잘 이루어지기 힘들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쉬운 일이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자원이 쌓이고, 네트워킹도 활발해지리라고 여겨집니다. 벌써 심심치 않게 문의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여러 선교단체와도 협력을 하고 있고, 도우려는 사람들도 주님께서 여럿 붙여주셨습니다. WEC에서 배우고 훈련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 사역을 하려고 합니다. WEC의 본부장을 지낼 때 주님께서는 이미 다음 사역을 위해 준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이 함께 하시면 언제나 행복 시작입니다.


최 선교사


- RUN지 58호(2011년 10,11,12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