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부장 칼럼

Column of last directors

역대 본부장 칼럼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작성자
WEC
작성일
2011-11-23 17:07
조회
4957
글쓴이 : 유병국
Date : 2007-05-01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지난 두어 달 동안은 정말정말 분주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우선 3월 달에 있었던 큰 딸의 결혼식은 긴장과 바쁨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기간에 잡혀 있었던 모든 스캐쥴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결혼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로 밀린 스캐쥴들을 소화해 내느라 딸을 보낸 아쉬움을 느낄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채 끝이 나기도 전에 인천과 대전에 계획된 선교 대회를 치르기위해  때 맞춰 입국한 국제 총재를 동행하고 여기 저기 갑자기 잡혀진 그의 설교와 세미나 통역에 불려 다니느라 바빴고 오늘에야 어느 정도 급한 일정이 끝이 났다고 생각이 되어서인지 갑자기 온 몸이 녹초가 되었다는 느낌이 오네요.


바쁜 일들을 소화해 내다보니 육신은 지치게 되고 문득 문득 짜증과 불만도 없지 않았답니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이렇게 일을 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때 그런 부탁을 받았을 때 그냥 냉정히 "NO" 라고 했으면 됐을 것을, 우유부단이 문제야, 초청에도 격이 있는 법인데, 갈 곳, 가지 말아야 할 곳 가려서 허락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거야.”


공연히 미련스럽게 스스로 일을 만들어 놓고 힘들어 한다며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씩씩거리기도 했었답니다. 설상가상으로 무슨 일인지 요즘 들어서는 한 밤에 전화 받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먼 곳 선교지 가족들에게서 오는 국제 전화들이 옵니다.  대부분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내용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우리들의 바쁨은 그래도 의미가 있었고 이유가 있는 바쁨이네요.  가족이 아파서 치료다니느라 바쁜 것도 아니었고,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하느라고 바쁜 것도 아니고, 세상의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바쁨도 아니었네요.  딸 덕에 아들 한 놈 얻는 일에 바빴었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선교를 위해 바빴었네요.


이런 바쁨들로 인해 불평한다면 그거야말로 사치스러운 생각이네요.  만일 이렇게 일할 기회가 없다면,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 곳에서도 오라는 곳이 없다면, 몸에 병이라도 나서 일할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되었다면.... 어디다 감히 피곤을 말하고 일이 많다고 짜증을 냈을까요.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이런 기회가 늘 있을 줄 알고?  언제나 이렇게 건강할 줄 알고? 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기다립니다. 그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얼른 ‘예스’ 하고 달려가려고. 나는 겨우 한 철 메뚜기일 뿐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