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영적 현장,역전의 드라마를 만들다

작성자
WEC
작성일
2017-06-05 10:56
조회
1313
향유의 위험한 사고
우리 가정이 발란타마네족 교회개척팀에 배치되어 인고레로 이사를 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사역팀의 총회에 다녀왔다.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저녁 무렵이어서, 커다란 여행가방들을 이사로 아직 정리되지 않은 거실에 늘어놓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실내를 밝힐 등을 준비하지 못해서 캄캄한 방을 손전등을 켜고 왔다 갔다 하며 저녁 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일곱 살이었던 향유가 자기 방으로 가려고 일어선 순간 가방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향유는 책꽂이 모서리에 얼굴이 부딪혔고, 앞니 쪽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와 잇몸이 크게 다친 것처럼 보였지만 피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웬만한 일로는 별로 마음의 요동이 없던 나이지만, 향유의 자지러지는 울음과 마구 쏟아지는 피에 너무 당황스럽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동료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로 인근 병원을 찾아갔지만, 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진통제만 받아서 돌아와야 했다.
그날 밤 향유는 아픈 가운데 참으로 기특한 이야기를 했다. “엄마, 이런 일이 났을 때 여기 인고레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다른 선교사님이 계셔서 그 차로 얼른 병원에도 가보고 약도 먹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것도 잘 못하잖아요? 그 애들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이 들어요. 그 아이들도 예수님을 믿어서 예수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날 향유는 입이 붓고 통증으로 아파했지만, 어젯밤의 힘들었던 상황은 잊어버린 듯 담담했다. 그리고 잠이 들 무렵 향유가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오셔서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행복하고 좋았어요.” 향유는 자동차로 병원에 빨리 갈 수 있게 해 주신 예수님께 감사 드리고, 예수님은 항상 우리를 도와주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염려하는 부분인 자식을 통해서 사탄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공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탄이 의도하는 바와 전혀 다르게 감사와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결과를 주셨다. 향유의 마음에 예수님께서 함께하시고 앞으로도 우리를 지키실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셨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향유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했다.

교회를 흔드는 시험
우리의 사역이 3년차 후반기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우리는 마을마다 방문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확대하고, 전도를 했다. 발란타마네 팀에서 개척한 바로교회는 계속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현지 사역자가 세워져 더욱 활기를 띠어가고 있던 때였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과 주일, 공휴일을 이용해 아직 복음이 미치지 못한 새로운 마을을 돌며 전도를 다녔다. 교인들은 이 일에 기쁨으로 동참했고, 교회가 하나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을 전도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가 전쟁에서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기쁨에 넘쳐 북을 치며 찬양을 했다.
그렇게 교회에 기쁨이 커가고 힘이 넘치는 시기에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소식이 들렸다. 함께 전도팀이 되어 다니던 청년 자매들 몇 명이 임신을한 것이다. 그중에는 열일곱 살의 어린 자매도 있었다. 그리고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던 믿음직한 자매는 마을의 한 남자의 둘째 부인이 되었다. 기니비사우에 흔하게 이러한 성문제가 일어난다. 하지만 교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에 우리는 상심이 컸다. 미혼모가 될 자매들의 앞날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교회가 세상에 본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 마을에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속상했다.
우리 공동체는 해당 자매들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고, 이 일이 교회에 시험이 되지 않도록 무릎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그 자매들의 신앙과 미래를 위해서도 함께 기도했다. 다행히 염려했던 시험에 드는 일은 교회 가운데 일어나지 않았다. 그 자매들도 담담히 교회의 징계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생활과 문화 속에 깊이 들어와 언제나 일어나는 성적인 문제들을 교회가 더 경각심을 가지고 가르치고 기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 교인들도 이 일이 바로 자신들의 문제라고 인식하였다. 또한 서로를 돌아보고 더욱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글 이영미

RUN지 77호(2016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