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타지키스탄 어느 무명의 현지그리스도인의 편지

작성자
WEC
작성일
2017-05-22 11:21
조회
1329
무슬림에서 예수의 자녀로 부르시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골 1 : 13~14).”
이 말씀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서운 죄악으로부터 나를 건져내시고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오셨다.
나는 예수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내가 그토록 찾고 기다려왔던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불과 8년 전의 일이다. 내가 그분을 처음 본 것은 어느 날 밤 나의 꿈속에서였다. 그분은 새하얗게, 그래서 나는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만큼 환하게 빛나고 계셨다. 그런 그분이 내 꿈속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 오셨다. “너는 나의 자녀, 내 딸이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다.
아버지의 부재, 그래서 언제나 응어리진 마음을 껴안고 살아온 어머니의 딸, 이런 나를, 내가 뭐길래 나를 부르시는 걸까? 이 생생한 꿈 이후, 나는 신에 대한 갈망과 더 알고 싶은 간절함으로 그분을 발견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내 삶에서 알라에 대한 나의 헌신과 신앙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웃집의 한 친구는 그런 나에게 대부분의 성실한 무슬림이 그러하듯, 하루 다섯 번 반복해 외우는 아랍어 기도문을 가르쳐주었고 나는 그것을 외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무의미했다. 나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간구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내 영혼은 오히려 점점 더 공허하고 차가워져 갔다. 나는 절대적인누군가를 찾는 열정을 멈출 수 없었다.

복음과 함께 이기는 고난
여느 무슬림들의 인생처럼 선한 행실을 쌓아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쌓여진 행실을 통해 인간은 어쩌면 신의 은총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골목 끝에는 나이 많은 한 러시아인 이웃이 살았는데 매우 가난하게 혼자 사는 이웃이었다. 그분은 마을을 돌아 다니며 쓰레기 더미 속의 버려진 병들을 모아 동전 몇 푼을 벌며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분을 보면 마음이 안타까웠고 나는 신의 은총을 누리고자 하는 나의 열심으로 그분을 도와주러 찾아갔다. 온 우주의 신께서 모든 이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시리라는 생각이 마음 한 편에 있었지만 어쨌든 그분을 돌봐줄 이가 당장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 늙고 누추한 러시아인 이웃이 바로 내게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과 그분 안에서만 발견되는 참된 구원을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 신기하게도 내 심장은 그분이 들려준 놀라운 진리에 즉각 반응을 보였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후에 나는 꿈속에 나를 찾아와 내가 당신의 것이라고 말해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신 것을 깨달았다. 나의 ‘좋은 이웃’은 내가 우즈벡이나 타직 신자들을 통해 모국어로 예수님에 대해 배우고 자라가기를 바랬다. 그래서 나를 이곳 레가르에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수도의 한 교회 사람들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그곳으로부터 나는 내 안에 새롭게 발견된 믿음에 대해 더 많이 배워갔다.
스무 살 초반, 나는 여전히 나의 어머니, 외삼촌, 그리고 외할머니의 그늘 밑에 있었고, 그들의 간섭 속에 자유롭지 못했다. 어느 날 내가 가족들에게 크리스천이 된 것을 알렸을 때 그들은 그다지 놀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내 영혼을 러시아 종교 따위에 팔아버렸다며 주일마다 나를 방에 가두고 더 이상 교회에 갈 수 없게 만들었다. 예수님을 향한 목마름과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종종 몰래 빠져나와 교회로 달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웃들과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특히 마을의 종교지도자는 나를 우리 마을의 비방 거리로 삼았고, 일터에서도 동료들은 나를 꺼려하며 미워했다. 심지어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도 나의 믿음에 격렬히 반대하며 욕을 일삼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모든 일들은 조금씩 잠잠해져 갔고 가족들 중에서도 특별히 외할머니는 이전처럼 심하게 반대하지 않게 되었다.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면서 예수님을 알게 된 나의 삶에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는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때로는 좌절하고 실패하기도 했지만 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이기에 나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데까지 자라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내 삶의 감격은 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뜨거움을 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나의 큰 기쁨은 아마도 함께 사는 사촌 여동생이 예수님을 믿고 내가 세례를 준 일일 것이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 믿음을 공유하는 교제 속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현재의 나의 상황을 나누고 기도를 요청하고 싶다. 결혼에 대한 집안의 압력이 아주 극에 이르기 전, 나는 늘 반드시 믿는 형제와 결혼하리라는 강한 확신을 가졌고 또 그렇게 기도해왔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른들 사이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그들의 의견에 반해 결혼을 미루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어느 남자에게 시집가는 날, 나는 그래도 또다시 마음을 굳게 다지며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의 자녀임을 말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레가르에서 좀 떨어진 산골에 들어와 시집 식구들과 살고 있고, 며칠 전 몇 주 밖에 되지 않았던 배 속의 아기를 잃었다. 이곳의 고립되고 낯선 삶 속에서 다시 한번 예수님의 은혜를 간구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를 위해 기도해주길 바라며......
글 단비

RUN지 68호(2014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