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철옹성의 문을 두드리다

작성자
WEC
작성일
2017-06-05 13:56
조회
1798

나라 현황
“늦어서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불과 5년 전이라면 거짓말이었을 이 변명이 지금 양곤에서는 인사말이 되어 버렸다. 지난 2010년 군정부가 민간정부 이양을 전제로 민주주의를 표방한 직후 급격하게 개방을 하면서 정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양곤의 대로들이 이젠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오뉴월 논에 볏잎이 자라듯 양곤과 만달레이 등 도시 곳곳마다 크고 작은 빌딩들이 빠르게 솟아 올라가고 있다. 지난 1960년 이후 오십 년 동안이나 불교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군부독재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며,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 불리던 미얀마가 변모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도시마다 동 단위의 가장 좋은 요지에 높게 솟아 있는 황금빛 불탑들과 그 옆의 화려한 승려 학교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무실들이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다.

종교 상황
미얀마 정부에 등록된 공식 승려만 50만 명이고 여기에 비공식 50만 명을 더하면 백만의 승려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삶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교’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미얀마는 5천백만의 인구에 135개의 다른 언어를 가진 종족들이 살고 있다. 버마족은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 종족이다. 하지만 버마족은 0.2%의 복음화율을 보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전도 종족 중 하나이다. 미얀마는 큰 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종족과 종교별로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불교도 종족들은 다른 종족과 종교에 매우 배타적이고, 타 종족과 종교인들에게 거주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까렌, 친, 까친 등의 오래전에 복음화된 종족들이 대부분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이름만 내건 기독교인들이다. 특히 이들 기독교인들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와 버마족에게 박해를 받아오면서 복음이 종족의 벽을 잘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역 환경
버마족은 불심이 강하며 철옹성같이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있다. 2002년 이곳에 첫 발을 디뎠던 우리 팀은 버마족이 사는 중심도시들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마을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들이 서는 것을 보기 위한 비전을 가지고 현재 버마족 목회자들과 협력하여 제자훈련, 유치원, 미얀마 강좌, 영어학원 등의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팀은 한 버마족 사역자 가족을 어느 버마족 마을에 들어가 살도록 한 적이 있다. 어떤 사역의 목적이 아닌 그들이 일 년 간 그곳에서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마을의 한 일원으로 정착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마을의 주지승이 찾아와 버마족인지, 불교도인지를 확인했다. 실제로 미얀마에서의 주지승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마을에 거주하는 것을 거부당하고 쫓겨났다. 심지어 미얀마 불교의 중심지와 같은 한 작은 도시는 다른 종교를 가진 미얀마 사람들의 거주를 아예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버마족이 사는 이 도시가 열리도록 기도하며 접근해 가고 있다.
이 개방의 시절에도 외국인 등록제나 거주 신고 등의 복잡한 절차들을 실행하며 역행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현재 양곤과 만달레에만 외국인 거주가 가능하다는 제한도 수년 내에 풀리게 될 것을 예견한다. 10주 거주 제한을 두어 매 10주마다 온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와야 하는 지금의 규정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땅의 변화는 결국 도시마다 더 깊숙이 복음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익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엄청난 변화와 개방이 하나님께서 계획하셨고 이루어 가고 계신 파도라고 느낀다. 지금 이곳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이 파도를 타고 마을마다 부족마다 들어갈 일꾼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도 제목
전도자를 세우는 제자 훈련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것은 버마족은 같은 종족인 버마족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소수 종족들은 버마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는 버마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이들에게 집중하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미얀마는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음의 영향력 밖에 있는 미전도 종족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본다. 버마족이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지고, 자신의 종족과 다른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 그리고 함께 이들의 철 옹성 같은 마음의 문을 두드릴 일꾼을 보내주시도록 기도하자.
글 마삼열

RUN지 79호(2017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