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 그대로 사는 삶”

 

앙인으로서 마음으로 알고 이해하며 입술로 고백하는 믿음이라도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그 믿음은 실제로는 죽은 믿음이다(약2:14). 왜냐하면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는가는 결국 우리 마음과 세계관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제 아무리 좋은 가치와 핵심 실천 사항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그 신앙은 모래로 쌓은 성이 파도에 밀려 무너지는 것과 같이 부질없는 것이리라.

지난 5월에 열린 WEC국제선교회 ‘국제조정위원회(Coordinating Council)’에서는 작년에 있었던 ‘국제지도자회의’의 결정을 따라 WEC의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작업을 실행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지도자들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결정하던 방식에서 소수의 사람인 ‘국제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에게 결정을 위임하도록 했다. 위임한 것이 일단 결정이 되면 그 결정을 신뢰하고 전체 WEC공동체가 따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100년의 전통을 넘어서 시도되는 새로운 방식이어서 많은 기도와 토론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상식적인 생각과 의견이 오갔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하나님이 인도해 가시는 방향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12명의 ‘국제위원회’를 조직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40명이 넘는 지도자들 중에서 어떻게 12명을 뽑을 것인가? ‘권역대표’만해도 8개 지역에서 10가정 20명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국제본부팀도 10명이 넘는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특히, ‘국제위원회’의 결정을 각 권역에서 실행해야 하는 ‘권역대표’들에게는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결정을 실행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대화의 초점을 바꾸셨다. 우리가 고백하는 ‘섬김의 리더십’의 정신대로 섬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자신의 시간과 사역을 희생하면서까지 섬길 용의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WEC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서로 진정으로 신뢰하며 일할 수 있는지, ‘국제위원회’가 담당할 기능에 맞는 은사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등등 근원적인 것들을 점검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본연의 부르심인 미전도종족 복음화에 더 집중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각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나누며 우리의 핵심가치 4기둥으로 돌아가 기도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마치 약속이라 한 듯이 한 마음이 되었다. 전통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변화하라고 말씀하시는 인도하심을 확인하고는 우리 스스로의 방식을 십자가에 내려 놓고 서로를 신뢰하며 하나가 되자고 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 더 애쓰고 기도하며 사역할 때라고 마음이 모아졌다. 그리고, 어느 덧 12명의 ‘국제위원회’ 의 선임이 완료되었다.

우리가 믿는 바를 실제 선교회의 의사 결정에 사용하는 모습, 지도자를 권한이나 힘있는 자리로 인식하기 보다는 ‘섬기는 자’이며 그리스도의 종이기에 ‘희생하는 자’라는 인식, 하나님이 변화하라고 말씀하셨기에 나의 자아를 거스르는 힘든 일이라도 변화를 택하는 결단과 자기 희생, 그 가운데 자신을 다루기 원하시는 주님 앞에서 서서 하나님의 뜻만 구하는 모습은 우리가 고백하는 정신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자문해야 한다. ‘나는 마음 속에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선하시고 온전하신 뜻만 추구하고 있는가?’, ‘속마음 그대로 말하고 표현하며 관계를 맺는가?’, ‘알고 믿고 고백한 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선교는 예수님처럼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하나되는 온전함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모든 미전도 종족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하는 삶이다. 고백한 그대로 사는 삶으로 온전함을 이루어 빛을 선포하는 선교 운동을 이루어 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한다.

 

글 박경남, 조경아 (WEC 한국본부 대표)

* 위 글은 RUN지 73호(2015년 여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