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시즌2 (3)

첫 소풍, 학교 근처 공원에서 BBQ 그리고 강에서 카약과 수영


3. Noon-Chi works in English.
 
우리는 이제 북반구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있는 남반구로, 오리털 파카 입던 겨울에서 슬리퍼에 반바지 입는 여름으로, 도로에서 우측통행을 하던 것이 역 주행으로, 눈 감고도 유행어까지 다 들리던 한국 예능 프로에서 아무리 마음을 열고 들어도 자막 없이는 안 들리는 영어 유아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국민에서 비자 만료 기간 되면 어김없이 그 나라를 떠나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살아가야 했다. 언제쯤 나는 벙어리, 귀머거리에서 탈출 해서 이들과 자유롭게 속 깊은 대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2월에 새 학기가 시작 되면서 긴장을 바짝 한 탓인지 한 달 동안은 늘 머리가 어지럽고 너무나 피곤했다.첫 달은 적응 기간으로 하는 일도 별로 없었는데, 그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 만으로도 몸이 쉬 피로해지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영어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하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은 그렇다고 쳐도 학교 식당에서 식사 할 때 마다 영어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호주 사람들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은 식사할 때 마다 쉬지 않고 웃고 떠들곤 하는데, 그들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나로서는 그저 엷은 미소만 띄울 뿐 이었다. 마네킹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재빨리 딴청을 피우던지, 옆에 있는 아내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기 일쑤였다. 모르면 다시 물어보고, 또 모르면 또 물어 보면 될 것을 왜 그게 그렇게 어려웠을까?나중에는 “pardon?”, “sorry?”, “excuse me?”, “say again, please.”를 수도 없이 연습한 후에야 겨우 그 말들이 입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영어의 진보는 크게 없는 듯 했지만 확실하게 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떤 질문이든 상관없이 눈치로 yes 또는 no를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Do you~?” “Have you~?” 로 시작하는 질문을 하면 우선 “Yeh~ 로 대답 하면서 살짝 말끝을 흐리고 대충 분위기를 살핀다. 그러다가 질문한 사람이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을라 치면 바로 “yeh um…… No no.” 로 대답을 부드럽게 바꾸곤 했다. 이 타이밍이라는 게…… 글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데…… 아무튼 이런 기술은 세상 어느 교과서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쏴라 있는  ‘Survival English’ 이다.
 
(다음에 계속…….)
 
<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시즌1>
1참을 수 없는 연애의 무거움부터 정주행하기
http://m.blog.naver.com/joohongchun/220383450231
 
<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시즌2>
1투구 쓴 기러기 날다부터 정주행하기
http://blog.naver.com/joohongchun/220751692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