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Field

선교 현장

아빠 선교사와 아이

작성자
WEC
작성일
2020-09-22 10:29
조회
374
“응애” 얼마 전 또 한 명의 MK가 세상을 위한 새로운 부르심을 받고 태어났다. 어떤 이들은 세상에 많고 많은 부모들이 있는데, 하필 그리도 먼 이국 땅에서 ‘쏼라쏼라’ 알지도 못하는 낯선 언어와 문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살아가는 선교사의 자녀로 태어났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혀를 쯧쯧 차기도 할 것이다. Mk들이 선교지에서 자라다가 부모들을 따라 몇 년에 한 번씩 안식년 또는 안식월로 한국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거치는 과정이 있는데, 바로 ‘디브리핑(debriefing)’이다. 그동안 선교지에서의 삶(현지생활, 학교생활, 가정 안에서 그리고 영적으로 어떻게 지냈는지)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Mk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 가정에서의 스토리를 정말 조심스레 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때다 싶을 정도로 신문고를 울리듯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쏟아 내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으로 ‘아버지 부재 현상’에 대한 소식들을 접하며 참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 MK들의 가정에서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빠 선교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 선교사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사역에 집중하고 바쁘다 보니, 자녀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순간들을 놓쳐 버리고 사춘기가 되어서야 “아이쿠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를 때때로 보게 된다. 어떤 아이는 선교사인 아빠가 현지인들보다 자신을 덜 사랑하는 것 같다는 쓸쓸한 고백을 덤덤하게 나누기도 했다. 또 어떤 아이는 선교사 아빠의 빈자리를 그저 그리워만 하기도 했다.

영국 문화원 (British Council)은 개원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비영어권 나라 102개국에서 4만 명을 대상으로 영어 단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 70개”를 조사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 1위는 당연 ‘Mother(어머니)’였다. 70위 안에는 호박, 바나나, 캥거루 등도 있었는데, 슬프게도 ‘아버지’는 없었다. 이 결과를 보며 마음 한편이 먹먹했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 Mk들은 과연 ‘아버지’의 존재를 어떻게 느낄까?’ 그리고 많은 영적 공격들을 받는 선교사 가정들은 이 결과와 무관하다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아빠 선교사의 삶을 보고 다음 세대 선교사를 꿈꾸며 살아가는 행복한 MK들도 많다. 현지인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들에게 온 정성을 쏟고, 교회를 위해 삶을 던지는 훌륭한 선교사 아빠를 둔 MK들 중에는 어느 때는 몸을 비비며 놀아주고, 어느 때는 고민을 함께 나누며, 어느 때는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처가 되어주기를 갈망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야말로 이들에게는 일상을 ‘함께’하는 아빠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 베르멧

RUN지 93호 (2020년 여름)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