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아닌 본질로 “

나님께서 WEC을 시작하신지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벌써 열 번 이상 세상이 바뀐 세월을 지나왔다. 배를 타고 몇 개월씩 걸려서 선교지에 도착하던 것은 옛 말이 된 지 오래고 이제는 모든 세계가 통신과 컴퓨터로 하나되었고, 이주와 세계화의 결과로 선교지와 파송국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이런 상황(Context)에 맞춰서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 전략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 WEC도 구조를 바꾸고, 보다 하나님께서 쓰시기 좋은 그릇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WEC이 걸어온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볼 때,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바뀐 것들도 많이 있다. 서양 단체에서 동서양이 만나는 단체가 되었고, 아프리카의 미전도 종족에서 전 세계의 미전도 종족을 섬기고 있으며, 다양한 교회 개척 전략과 제 3세계의 선교동원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바뀌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해지고 명확해 지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WEC을 부르신 이유이며 우리가 고백하는 성경적 선교의 기초이리라. 설립자 스터드 (C.T. Studd)는 그 핵심을 한 마디의 말로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하나님이시며 나를 위해 죽으셨다면 그 분을 위한 나의 어떠한 희생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우 리의 부르심은 우리의 죄를 담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반응하여 우리의 최우선 순위를 주님께 두고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 주님의 십자가 사랑에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베드로가 주를 따랐던 것처럼, 우물가의 여인이 동네에 가서 예수를 증언했던 것처럼, 지난 100년 동안 편안하고 안락한 고국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땅끝으로 떠났던 수많은 선배 선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님의 사랑을 땅끝에 죽어가는 이들에게 흘려 보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변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우리의 부르심이다.

스터드의 뒤를 이었던 노먼 그럽은 설립자의 정신과 WEC의 부르심을 더 강조해서 WEC 선교사의 삶의 방식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WEC의 네 기둥으로 불리는 ‘믿음, 거룩, 희생, 교제’ 의 원리는 우리가 고백하는 제자도이자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들의 공동체적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즉, 모든 민족들이 주께 돌아오는 것은 수행해야 하는 ‘일’ 이 아니라 제자된 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삶의 결과로 되어질 것이기에 ‘우리가 제자로서 어떤 모습을 띄는가?’가 선교의 열쇠라는 강조였다. 실제 WEC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단지 사역이 아닌 타문화권에서 제자된 삶에 동참하라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에 기초한 제자된 삶은 지나간 100년 동안 WEC이 개척한 선교지를 변화시키고 그곳에 교회가 세워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더 나아가 원리주의가 더 공교해져 가는 21세기 상황을 넘어서는 핵심 원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선교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의 말이나 성경 공부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삶과 변화된 인격을 통해 전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복음에 귀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희년인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본질에 더욱 충실하라’고 말씀하신다. 선교지의 상황 변화와 고국의 현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가 보고 지혜롭게 대처하며 새로운 전략을 만들며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충실한 전략이 아니라 본질적인 부르심을 전심으로 따라 가기로 다시 한번 결단하는 공동체로 함께 서는 WEC 공동체가 되어야겠다. 나아가 지난 100년을 한결같이 역사하신 신실하신 하나님 한 분만 높임을 받으시며 새롭게 시작되는 다음 세기에도 계속해서 주님의 십자가로만 만족하는 WEC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상황이 아닌 본질로, 오직 주님만!’

글 박경남, 조경아 WEC 한국본부장

* 이 글은 RUN지 63호에 권두언으로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