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누가 하는가?”

 

금까지 선교는 몇 사람의 헌신된 선교사가 주로 행하는 사역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후원자가 돕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반해 성경은 선교는 세상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쉬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며, 선교사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난 모든 이들은 증인으로 부르심 받았음을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전통적인 시각 때문에 한국에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아직도 내가 영위하는 삶과 선교를 구분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많은 선교 훈련과 교회 교육은 나가는 선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우리 주님도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하셨기에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가지 못하니 후원하라는 메시지는 성경의 핵심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나가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2등 신앙인으로 여기게 되거나, 선교사들에게는 불필요한 자긍심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가는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주님의 진정한 제자가 되어 제자 삼는 것이고, 제자라면 누구나 보내심을 받았거나 보내는 역할로의 부르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르심에 반응할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제자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몫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견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제자도와 선교를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이런 통합적 관점으로 대전에서 진행된 ‘센더 스쿨(Sender School)’ 첫 번째 수료식에 참석했다. 선교하러 나가자는 훈련이 아니라, 제자 된 우리 모두가 센더(보내는 자)로서 부르심이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지난 2년 동안 기도로 준비하고 새로운 관점을 연구한 훈련 프로그램이었기에 다들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기도하고 애썼다. 그 결과 참가자와 진행팀 모두가 은혜로 충만케 되었고, 참석한 성도들 모두 자신이 보내는 자로서 부르심 받았음을 고백하며 헌신을 다짐하였다.

그중 마지막 나눔의 시간에 나눈 어느 자매님의 고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저는 선교에는 제 역할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센더 스쿨에 참여해 배워보니 역사적으로 부흥과 선교는 이름 없는 한 사람의 헌신과 기도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속한 교회 공동체에서 이름 없이 헌신하여 선교에 참여하는 센더가 되겠습니다.” 우리들이 기도했던 것처럼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다시 예수께 헌신하고 보내는 자로 서는 시간이었다. 참가자 스스로 ‘내가 먼저 삶이 변하는 경험을 하고 그것을 열방에 흘려보내겠다’고 결단하게 되었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만족하고 그분을 향해 불타오른 진정한 부흥과 선교는 변화를 경험한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헌신과 기도에서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한국 교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WEC 공동체로서 그런 부흥을 경험하는 시작점이 ‘센더, 그 잊혀진 부르심’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왜냐하면 날마다 새로운 부흥 없이는 보내거나 보내심 받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되짚어 생각해 보자. 나는 잃어버린 영혼을 향하여 애끓는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졌는가? 나는 남은 내 인생 가운데 오직 하나님의 뜻만을 이루는 삶을 살겠다고 불타고 있는가? 남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하더라고 주님만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가? 두 가지 부르심에 응답하는 한 사람을 찾으시는 하나님께 나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부흥과 선교로의 결단이 시작되는 2015년 가을이 되게 하소서.

 

글 박경남, 조경아 (WEC 한국본부 대표)

* 위 글은 RUN지 74호(2015년 가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