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임하시오며(마6:10)”
지 난 한 해 우리는 ‘주님과 함께 성벽을 넘어’라는 말씀을 붙잡고 사역을 감당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는 신앙의 길은 한 번 성벽을 넘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믿음으로 성벽을 넘으며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경험을 계속해 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지난 11월에 2016년을 바라보며, 하나님이 주시는 부르심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한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마음을 모았다. 기도하며 깨닫게 된 것은 2016년은 “나라가 임하시오며”라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전파하는 공동체로 서라는 부르심이었다. 전적으로 주님을 신뢰하며 하나님의 임재에서 시작되어 땅끝으로 퍼져가는 선교 가족 공동체로의 부르심, 이는 지난 100여 년간 WEC국제선교회가 추구했던 ‘사역(doing)이 먼저가 아니라 존재(being)로 부터’라는 사역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다.
이 부르심은 여호와 하나님을 힘써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보좌를 바라보며 그분의 임재가 각자의 삶과 사역의 매 순간마다 체험되며, 온전한 마음과 기쁜 뜻으로 섬기고, 더 깊은 임재를 사모함이 나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결함이 필수적이다. 예수님과 연합함으로 나는 죽고 예수가 내 안에 사는 연속적인 경험으로, 내 무의식까지도 예수 그리스도로만 가득 차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WEC의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사역자, 이사, 네기둥커뮤니티 선교회원, 파송 및 후원교회, 개인 동역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정결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WEC의 모든 구성원이 보화이신 예수님을 담는 정결한 그릇이 되어 주님만 드러내는 가족 공동체가 되라고 하신다.
또한, 이 부르심은 사랑으로 불타올라 그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서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사람은 주님의 임재 하심이 주는 사랑의 은혜로 불타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 깊이 경험되고 그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신다. 그래서 형제, 자매가 아무리 나와 다르고 부딪혀도 복음을 위해 내가 먼저 섬기는 종이 되어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중풍병자의 네 친구처럼, 갈릴리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베드로처럼, 그 사랑 때문에 사랑을 행하는 한 사람의 제자가 되라고 하신다. 또한, 함께 그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사랑의 강권함으로 열방을 향해 전진해 나아가는 사랑 공동체가 되라고 하신다.
이 부르심의 결과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마6:10b)’이다. 이것은 복음의 진전이 실현되는 핵심요소이다. 복음의 진전을 위해 우리의 전략과 물적•인적 자원, 훈련과 방법론이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가 임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들려주신 주님의 뜻이 공동체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지난 수 년 동안 한국WEC이 시작한 다양한 사역들,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직 개편은 그 시작이 전부가 아니라, 그 틀 위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 온전해 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성장하고 있고 헌신할만한 정신을 가졌다고 뿌듯해 하고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되리라. 오히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며 여전히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더 기도할 때이다. 그래서, 더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써 열방을 제자 삼는 사역 공동체가 되라고 하신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기도하며 2016년을 살아 나가자.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짐으로써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며, 뭇 나라 중에서 주를 찬송하는 일을 보게 되길 기도한다. 더 나아가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주님 주시는 평강을 누리며, ‘내 잔이 넘치나이다’ 감사함으로 주께 영광을 돌리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로 굳게 서는 한 해가 되길 꿈꾸며 기도하는 WEC 가족이 되길 바란다.
글 박경남, 조경아 (WEC 한국본부 대표)
* 위 글은 RUN지 75호(2016년 겨울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