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나 효력이 없으되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뿐이니라 (갈라디아서 5:6)

말씀은 2018년을 바라보며 한국WEC에 속한 지체들이 함께 기도하며 말씀을 구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WEC 공동체에 주신 푯대의 말씀이다. 해마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말씀을 주셨는데, 올해에도 이 말씀이 우리 가운데 살아서 역사할 줄 믿는다.

 갈라디아의 성도들은 은혜로 시작했다가 다시 율법으로 돌아간 것 때문에 사도 바울의 책망을 들었다. 그들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은혜의 복음에 근거해서 계속 살아가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잣대로 자신들의 의의 근거를 삼으려고 했다.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나 효력이 없으되(갈 5:6a)’라고 은혜에 대해 재확인한다. 즉,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에게는 ‘인간적인 잣대나 규칙에 맞게 행위를 하였는가?’ 하는 것이 삶의 근거가 아니라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 유일한 기준이라고 역설한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자신의 전통적 관점을 따라서 어떤 계명을 지켜야 할 것인가를 늘 고민했다. 그래서, 한 율법학자는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가를 물었고 주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 22:37~40)”. 주님은 하나님을 전심으로 믿는 이는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은 은혜로 용납된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에게도 행함으로 표현된다고 답하셨다.

 예수님은 이 말씀대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포도나무의 가지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치셨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를 향한 사랑을 보여 주셨다. 그리고 제자로서 우리도 그 십자가의 길로 나아오라고 불러 주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4:35)” 이처럼 우리 믿음은 사랑으로 표현될 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복음의 능력이 드러나게 된다.

 최근 교회 이주자 진료소에 방문한 몽골에서 온 노동자를 만났다. 몽골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는 형제는 매주 교회에 나와 신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물어보니 19년 전 교회에 처음 나오게 되었는데, 당시 우리 부부가 컴퓨터를 가르치기도 하고 주일마다 닭을 튀겨 상을 차려 주었던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그때 아이들이 얼마나 말썽을 피우던지 종종 잔소리를 했었고, 그것도 소용이 없어 화를 낸 적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덧 그들이 몽골로 돌아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신앙 생활하며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제대로 나누지 못한 사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능력으로 역사하시고 그 사랑의 결실을 맺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다.

 이처럼 선교 현장을 다녀보면 우리가 선교지에 있는 영혼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것 같다. 심지어 우리들이 현지인들에게 전달한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선교는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리라. 결국 우리가 믿는 복음이 나를 바꾸고 그 사랑이 흘러가 주변에 있는 이들과 교통하게 될 때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된다. 이처럼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 하나님 나라에 속한 이들의 표상이다.

 지난 100여년 동안 ‘WEC은 가족과 같은 공동체’라고 고백하고 살며, 사랑하고 사역해 왔다. 올 한 해를 살면서 이 부르심을 굳게 붙잡으라고 부르고 계시는 것 같다. 갈라디아 성도들처럼 우리의 근거가 되는 사역, 전략, 원칙에 몰두하기 보다는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부르심을 기억하자. 그래서, 포도나무의 가지로 주님과 하나되는 믿음을 사랑으로 꽃피우는 제자 공동체로 굳게 서서 전세계의 미전도종족에게 사랑을 흘려 보내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글 박경남, 조경아 (한국 WEC 대표)
* 위 글은 RUN지 83호(2018년 겨울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