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길을 걷다가 어떤 건물의 현관 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쓰여진 입춘문(立春文)을 보았다. 이 큰 서울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것이지만 이 입춘문(立春文)은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가 바로 입춘(立春)이다. 이러한 절기는 우리 전통의 절기로 매 절기마다 시간의 흐름을 잘 설명해 주며 그시절을 쫓아 새로운 삶에 대한 소망으로 우리를 시작하게끔 했다. 이런 세월의 흐름은 적어도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를 새로운 계절의 삶으로 리듬을 타게 한다. 감사한 일이다.
이런 봄의 소식은 지나온 과거의 것들을 떨쳐 버리고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옷을 입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대지에서 푸르른 소망의 빛깔이 솟아오르고 지나간 혹독한 겨울의 고통마저 이 마력의 빛깔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의 마음을 소망으로 가득 차게 한다. 지난 2년간의 Pandemic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기억들, 여전히 우리 앞에 있는 수많은 도전들, 나라의 새로운 권력의 탄생 등, 또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지만, 창조주께서 허락하신(인간이 어떻게 할수 없는) 이 놀라운 계절의 움직임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소망으로 다가온다.
24절기의 마지막 절기는 대한(大寒)이다. 일년 중에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시기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이런 날만 주지 아니하셨고 이런 시간을 지나 꽃이 피는 봄의 시간 또한 허락하셨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전도서 3장은 이러한 시간의 때가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전도서의 지혜는 단순한 인간적인 지혜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하늘로부터 온 지혜이다. 특별히 전도서 3장 11절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고 사람들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신 일은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영원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올람(olam)’ 은 무한하여 셀 수 없는 영속성을 뜻한다. 이 영원은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에게만 속한 것이다. 이 영원한 것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심어 주신 것은 유한한 인간이 하나님을 사모할 수 있는 근거를 주신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이 행하시는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기에 그 영원하신 분의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특권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선교로의 부르심, 아직도 아버지의 그 사랑을 듣지 못하고 이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해 헤매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나아가고, 보내고, 그들을 위해 기도 하는 일은 특권 중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계절의 초입에 서 있다.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신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 혹독했던 대한(大寒)의 절기에도 우리에게 절절히 필요했던 그 소망을 볼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있었는가? 이 새로운 계절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우리 속에서 새롭게 불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 나라의 기록될 역사, 세계 선교 흐름의 변화, 삶의 가치와 환경적 변화, 이 땅의 모든 상황은 가변적인 것들이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의 깊은 마음속에 심어주신 변하지 않는 영원’을 사모하며, 하나님의 그 영원하신 구령의 기치를 새롭게 높이 드는 봄의 계절이 되기를 소망하자! 이것이 새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입춘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100호(2022년 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