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한국 교회에서 미전도 종족 선교에 관한 열정과 관심은 희미해지는 것 같고, 이전과는 달리 총체적 선교와 선교적 삶에 대한 방향들이 제시되는 분위기다. 그 속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을 것 같은 길이지만 한국 WEC국제선교회는 여전히, 그리고 보다 더 우리의 관심과 집중을 미전도 종족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대의 상황과 흐름을 잘 읽어내고 함께 가는 것은 중요한 선교사역의 방향이라고 생각함에도 우리는 왜 다시 미전도 종족 선교에 집중하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부르심에 있는 것 같다. 110년 전에 영국에서 시작된 WEC국제선교회는 초기부터 복음을 듣지 못한 미전도 종족에게 부르심이 있었다. 지난 20~30여년간 한국교회의 선교 관심은 미전도 종족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선교 방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인 안정으로 어느 때 보다 풍요로워진 삶의 환경, 2007년 아프간 사건 이후 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의 분위기, 건강하지 못한 성도들의 삶, 교회 성장의 정체, 국내 출생률의 하락 등은 전반적으로 선교 동력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어려움들을 타개 하고, 선교적인 열정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WEC국제선교회는 2022년 11월에 있었던 본 선교회의 국제 지도자 회의를 통해 미전도 종족을 향한 우리의 부르심을 다시금 확인했다. 상황과 환경은 변했지만 복음을 듣지 못한 미전도 종족은 여전히 많고, 복음 전파가 없이는 주님이 다시 오실 수 없으며, 이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은사와 부르심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다는 사실에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양한 모양으로 부르셔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게 하셨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한들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것은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최근 한국 대학 입시의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이 의과대학 쏠림 현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미전도 종족 선교를 강조하면서 한 가지 놓친 부분을 최근에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부흥과 대각성(Asbury revival or awakening) 운동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의 선교는 그분의 주권과 시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고 제자 삼으라는 대사명은 우리의 열심과 간절함 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은 복음이 전파되는 모든 곳에서 그의 사람들을 부르셨고, 그들은 부흥을 경험한 공동체를 통해 그 부르심에 순종함으로 선교 역사를 이루어 갔다. 성령의 임재로 인한 초대교회의 부흥은 세계 복음화의 시초가 되었고, 이후 북아프리카를 거쳐 중세 프란시스코와 도미니칸 사제들의 부흥 운동을 통해 복음의 역사가 이어져 갔다.
18세기(1727년) 모라비안들의 부흥 운동은 근대 개신교 선교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고 곧 웨슬리 부흥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근대 개신교 선교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윌리엄 캐리(William Carrey)를 낳게 된다. 그 사이 사무엘 밀즈(Samuel Mills)를 중심으로 한 건초더미 기도회는 미국의 대학 청년들에게 선교의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통해 선교의 부흥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영적인 부흥이나 대각성은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강력한 성령의 임재와 기도, 예배, 찬양, 하나님을 향한 갈망, 죄의 고백과 같은 부흥의 요소들은 반드시 세계 선교로 귀결된다. 또한 이렇게 퍼져나간 복음과 선교의 역사는 새로운 부흥을 만들어 내는 상호 순환적인 다이내믹을 만들어 낸다.
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영적으로 쇠퇴해져 가는 이 땅에서 하나님을 향한 갈망으로 다시금 그를 만나는 영적인 봄, 부흥을 간구한다. 이 부흥이 우리로 하여금 아직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미전도 종족을 품게 하고 나아가 그 땅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타오르게 할 것이다.
봄의 문턱에서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104호(2023년 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