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5장은 교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A.D. 49년경에 열렸던 예루살렘 공의회는 기독교 신앙이 시작된 이후 최초로 시작된 공의회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공의회는 기독신앙의 전파로 유대인들이 그동안 매우 자랑스럽게 지켜왔던 선민 의식에 큰 상처를 받게 되면서 나타난 민족적 감정에 교회가 공식적으로 대응했다는 점과 종교적으로 중요한 구원에 관한 교리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종교 회의의 모태가 되었다.
이를 통해 신앙의 순수성이 변질되지 않는 선에서 구원에 관한 교리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당시 신앙의 척도에 있어서 할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사도행전 15장에는 그것을 넘어 여러 일들에 엄청난 토론과 반론을 제시하고 또한 믿음의 역사를 나누며 이방인들을 교회로 받아들이는 것을 공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사도들의 행전이 시작되었던 그 시점에 복음은 그의 핵심을 관통하여 이방인들에게 전해졌고, 그 복음이 이제 우리에게 다시 와서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하는 민족들에게 가고 있는 것이다.
교회사를 통해서 본 복음은 계속 전진하여 전해졌고 복음이 가는 곳 마다 민족들이 변화되고 초대교회에서 볼 수 있었던 역사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례와 전통에 얽매여 복음의 핵심을 강조하지 못하고 변질된 역사 또한 교회사의 한 측면이다.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초대교회 당시의 할례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가 지킨 좋은 전통들도 있지만 “성령과 이 요긴한 것들 외에는”(28절)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믿음의 선진들과 우리는 어떻게 다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회뿐만 아니라 이것을 선교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WEC국제선교회에서는 4년마다 열리는 국제지도자 회의를 통해 270여명의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 한 순간에 서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선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선교 확장에 동의하며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에게는 모든 대륙과 국가를 넘어서서 선교사 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훈련시켜서 온 땅,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들에게로 부르시는 선교 동원 역사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것은 선교계, 특히 서구에서 시작된 선교단체로서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사고 구조에서의 선교는 선교 재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경제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선교사가 나올 수 없다는 잠재적 생각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교회에서 생각하는 선교는 기본적으로 선교사의 생활비, 사역비라는 경제적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둔다. 이것은 현실적이고 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교는 단순히 경제적인 능력으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주님은 아무런 재정의 후원이 없었던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시면서 훈련시키셨고, 그들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들이 되게 하셨다. 이 사실은 선교가 경제적인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선교는 바로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졌고 지금도 그렇게 이루어져 가고 있다. 물론 초대교회의 상황(context)은 지금의 상황(context)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와 그를 따르겠다는 자들에게 주님이 마태복음 6장 33절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셨음을 역사를 통해 보았고, 믿음의 사람들은 그렇게 순종하며 살아왔다. 이것이 바로 WEC선교회의 ‘믿음선교’라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보았다.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에서 한국과 미국, 영국처럼 더 다양한 선교사들이 나올 것이다. 우리가 선교지로만 여겼던 곳에서 선교사들이 나올 때 우리는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에 안디옥교회가 함께 기뻐하며 받아들였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을 가슴으로 환영하며 그들과 함께 가는 선교의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후에 내가 돌아와서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다시 지으며 또 허물어진 것을 다시 지어 일으키리니 이는 그 남은 사람들과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이방인들로 주를 찾게 하려 함이라 하셨으니”
겨울의 문턱에서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103호(2023년 겨울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