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공동체로의 부르심”

통적으로 우리는 선교사와 후원자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 들어 보내는 선교사와 나가는 선교사의 개념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체적으로 선교를 행하는 사람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관점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선교 발전의 역사 그리고 선교지와 파송국 기독공동체의 간격이 컸던 19, 20세기의 상황에서 보면 당연한 현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이런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급변하는 21세기 세계 속에서 이런 접근법은 과연 유효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마28:19)’는 예수님의 명령은 비단 어떤 한 두 사람의 특별한 부르심이 있는 제자들에게 주어진 명령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당시 모든 제자들은 직임의 경중, 직업, 삶의 양식을 초월하여 예수님의 분부를 지키는 데 초점을 둔 삶을 살았다. 사도행전과 초대 교회의 역사는 제자들의 삶의 우선 순위가 땅끝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사도 바울이 로마에 가기 전 이미 많은 가정 교 회가 로마에 존재하고 있었고(롬16장), 보내심을 받은 자와 보내는 자(롬10:14~15)라는 역할 인식은 당시 예수 제자 공동체의 특징이 선교 공동체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민족 가운데 증언함에 있었음을 일깨워 준다.

21세기 급변하는 선교 상황도 전통적 사고가 변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선 교지로만 여겨졌던 중국, 필리핀, 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이 선교사 파송국이 되었고, 단일 민족으로 여겨졌던 우리 나라가 다문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이주자가 백만 명을 돌파하였고, 어느 예측 자료에 따르면 20년 후에는 8백만에서 천만 명의 이주자들이 한국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선교사 파송국으로서의 역할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선교지화 되는 나라로 서 곧 직면하게 될 변화를 고려하여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을 암시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의 기독공동체가 어떤 준비를 하는가에 따라서 미래에 전개될 상황은 매우 달라질 것이기에 현 유럽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함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성경의 메시지와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예수님 당시에 주님의 재림을 고대하면서 가든지 보내든지 비록 그 역할은 달랐지만 인생의 최우선 순위를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두었던 제자들처럼 마지막 때에 확장될 추수를 위해 삶의 모든 우선 순위를 두라고 하시는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이 세대의 가치를 넘어서서 예수님 당시의 제자들처럼 오직 주님의 명령을 따라 모든 민족에게 나아가는 것에 전심으로 헌신하고 십자가의 원리를 매일의 삶에 적용하는 혁명적 삶을 지향하는 선교 공동체를 이루라고 하시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지난 2013년 총회를 통해 우리에게 주셨던 ‘일어나 함께 가자(아2:10)’라는 말씀은 선교 공동체를 이루는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일어나서 예수님과 연합하여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는 공동체를 이룰 때 선교의 새로운 계절로 나아가는 선교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선교 공동체는 선교사와 후원자로 구성된 전통적인 선교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님의 참된 제자로서 모든 민족 가운데 제자 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비록 역할은 다르더라도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땅끝과 우리 곁에 다가온 땅끝 모두를 섬기는 공동체, 이 세대가 아무리 변해도 오직 십자가의 복음만 전하고 추구하는 선교 공동체로 세워져 가는 것이다.

이 선교 공동체로의 꿈은 WEC과 함께 선교에 다양한 모습으로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파트너십을 이룬 지역교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그리스도의 단장한 신부처럼 ‘일어나 함께 가자’ 말씀하시는 주님과 함께 걷는 선교 공동체로 서서 주님의 오심을 예비해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한다. 마라나타!

글 박경남, 조경아 한국WEC본부장

* 위 글은 RUN지 67호(2014년 겨울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