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십자가로”

마 전 한국WEC의 이사진 몇몇 분들과 함께 영국본부를 방문했다. 일정 중에 대동 강변에서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했던 하노버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한 시절 강력 한 부흥이 있었고 선교사를 파송했던 교회였지만 이제 채 몇 명이 되지 않는 노년의 성도 들만 남은 교회의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마음 한 켠에서 한국의 기독교의 미래를 우려하 는 목소리가 중첩되면서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영국본부장과 함께 한 세미 나 시간을 통해 아직도 성장하며 선교하는 영국 교회가 소수이지만 남아 있고, 쇠락해 가 는 유럽 교회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명력 있는 교회가 공존한다는 현실을 들으며 새로운 소망을 품게 되었다. 또한, ‘그 비결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 비결을 우리 삶 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 전략가인 패트릭 존스톤은 ‘선교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우주적 교 회를 통해 하시는 사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적 교회의 일원인 지역교회, 선교단체, 훈 련단체와 신학교가 혼연일체가 되어 땅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이 세 가지 구조, 특히 그 중에서도 지속적인 지역교회의 부흥없이 선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기독교 역사는 이 중의 어떤 한 축이라도 어려움이 생긴다면 선교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우리 에게 보여준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선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역사 속의 부흥 운 동과 교회 갱신 운동의 결과물로 현대 선교가 이어져 온 것을 볼 때, ‘부흥’이 그 핵심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이 부흥은 단순한 신자 수의 증가나 지역 교회의 성장 또는 선교단체의 파송선교사 수 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도행전의 제자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자기를 부인하고 오직 십자가만 택하는, 날마다 새롭게 십자가로 돌아가는 영적 각성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5:13)”

예수님은 자기 부인과 영적 각성이라는 맛이 사라진 제자 공동체의 결말을 경고하셨다. 성경 은 허다한 무리가 주님을 따랐지만 참 제자는 그리 많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나아 가 무너진 교회와 여전히 생명력 있는 교회가 공존하는 영국 교회의 현실은 진정한 제자 공동체 를 향한 끊임없는 부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WEC의 핵심 정신인 ‘네 기둥(믿음, 거룩, 희생, 교제)’이 십자가의 제자도를 반영한 삶 의 원리라고 고백하고 살아가는 선교공동체이다. 이 삶은 날마다 새롭게 십자가로 돌아가는 삶이 며, 지난 100년간 우리 공동체 영성의 근간이 되어 왔다. 나아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미래의 한 국 기독교의 상황과 선교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날마다 새롭게 십자가로 돌아가 철저한 자기 갱신을 이루는 영성은 제자인 우리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는 미래의 지 속적 선교를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부흥은 결코 멀리에 있지 않다. 역사 속의 부흥과 새로운 선교 운동이 예수 그리스도로 충만케 되기 원하는 몇 사람의 기도와 삶의 실천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하자. 그 역사가 우리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와 소금처럼 맛을 내고 빛을 비추는 제자공동체로서의 부르심을 땅끝까지 선포 하는 운동이 시작되길 기도한다. 날마다 새롭게 십자가로!

글 박경남, 조경아 (WEC 한국본부 대표)

* 위 글은 RUN지 70호(2014년 가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