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선교를 더하다+ (1)

매일 선교적 존재로 살아가기 
1.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실수를 통해서도 가장 선하게 일하신다.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호주에서 살 때 있었던 일이다.
Pizza Hut과 Domino’s Pizza 사이에 작은 Ozzie pizza가 있다. 내가 일하는 피자가게다. 주말에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주중에, 특히 화요일 밤은 좀 한가한 편이다. 그 날은 화요일이었고 이제 문닫는 시간인 10시까지 두 시간 가량 남았는데, 사실 이 시간에는 주문이 많이 들어 오지 않는다. 이미 가게 청소도 다 해 놓았고 할 일 없이 앉아 책이나 읽고 있었다.
늘 피곤한 피자집 주인이 그 날따라 먼저 퇴근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직원이라고는 달랑 나 혼자인데 주인이 가버리고 나면, 가게를 비우고 배달을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인 우리 주인의 생각은 아주 유연했다. 내게 얘기하기를, 배달 주문이 오면 가게 문을 잠시 잠그고 최대한 빨리 배달을 하고 돌아오면 되니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었다. 주인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민첩하게 일해왔는지 알고 있다는 식으로 ‘나는 너만 믿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 또한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너무 쉽게 “OK”라고 대답해 버렸고, 주인은 유유히 집으로 갔다.
이제 나 혼자 전화로 주문 받고, 피자 만들고, 배달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 어쩜! ‘머피의 법칙’이라 했던가? 주인이 퇴근하자마자 거짓 말처럼 주문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가게는 다시 바쁘게 돌아갔다. 몇 번의 주문이 있었고 시간상 이제 마지막 배달 주문이다. 배달할 주소는 *** 148번지였다. 배달할 집이 가게와 그리 멀지 않으니 얼른 다녀오면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얼른 주문한 피자 두 판을 만들었고 배달할 집 앞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사람을 몇 번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어서 문을 다시 세게 ‘쾅쾅’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어떤 여자가 막 욕을 해댔다. 쌍욕을 해대서 뭔가 착오가 있구나 라는 직감이 들었지만, 주소가 정확했기에 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잠시 후에 한 남자가 나왔는데 그는 깡마른 외모에 몸에 밴 마리화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사람이었다. 예상한대로 그는 피자를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쿠. 장난 전화였나?  아니면 주소를 잘못 받았던지…….’하는 생각에 다시 얼른 가게로 돌아가려 하는데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If you cannot find the one who ordered then I’m interested in those.”
(만약에 주인 못 찾으면 그 피자 내가 살 수도 있어요.)
만일 제대로 된 주소를 못 찾는다면, 그 남자에게 피자를 반 값에라도 넘길 요량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른 가게로 돌아와서 가게 전화기에 마지막으로 찍힌 전화 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피자를 시킨 사람의 주소가 148번지가 아니라 155번지라고 하는 게 아닌가? 부리나케 다시 운전을 해서 155번지로 갔고 다행히 많이 늦지 않게 피자를 배달 할 수 있었다.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운전하고 돌아오면서 조금 전 실수 한 것을 되짚어 보았다.‘어쩌다가 one fifty five를 one forty eight로 잘못 들었을까? 헷갈릴 숫자가 전혀 아닌데……별 실수를 다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의아해 하고 있었다’그나저나 아까 148번지 남자는 피자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48번지 남자에게 다시 가야겠다. 그리고 갈 때 피자 한 판과 성경책도 가져가야겠다.’

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당장 가야하나? 가서 뭐라고 하지? 낯선 동양인이 밤에 문을 두드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나님이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면 미친사람 취급하겠지?’

그러나 잠시 기도를 드렸을 때, 분명히 이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저 순종하기만하면 하나님께서 알아서 일하시겠다 평안함을 주셨다.

가게에 도착해서 뒷정리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피자 한 판과 NLT (New Living Translation) 신약성경을 들고 다시 148번지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또 여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까 그 남자가 다시 나왔다. 아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이 피자를 안 사겠다고 하며 들어가려고 했다. 들어가려는 그 남자를 붙잡았다.

“No, No. It’s for free. I want to give them for you.”
(아뇨, 아니에요. 이거 그냥 공짜에요. 당신에게 주려고 가져온 거에요.

“Are you sure?”
(정말인가요?)

“For sure. and I have one more thing.”
(정말이고 말고요.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어요.)

약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었다.

“I am a man of God. God said to me that I should visit you again and give you this book.”
(사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에요. 조금 전에 하나님께서 저보고 당신에게 다시 가보라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걸 주라고 하셨습니다.)

하며 가져간 성경을 주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정작 더 어색해 지기 시작한 건 그 친구가 성경을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부터이다. 그 친구는

“Um…… This…… is what I really need.”
(지금 나한테 정말 필요한 건 바로 이거야.)

하며 성경을 집어 들었다. 갑자기 나를 안아도 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끌어 안고 한참을 있었다. 그 친구는 집안으로 나를 초대해서 들어 갔더니 거실 소파에는 마리화나에 완전히 취한 여자가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여전히 내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친구인지 가족인지 모르는 그 여자의 욕하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하는 수 없이 그 남자는 다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은 예수를 사랑한단다. 아니 예수를 사랑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자기 주위에 모두 마약 중독자들뿐이고 자기도 그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깊은 어두움 속에 갇혀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 한줄기 소망의 빛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시고, 그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심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 가운데서 완전히 해방하셨노라고, 그리고 특별히 오늘 그 소식 전하기 위해 나를 당신에게 보내셨다고 선포했다! 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님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하나님 아버지께서 잃어 버린 자녀들을 얼마나 애타게 찾고 계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로 찾은 자녀들로부터 높임을 받으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자정 무렵까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 친구를 좋은 신앙공동체로 연결시켜 주고 싶었다. 우선은 신실한 호주 크리스천들과 함께 이 친구를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이 성경을 읽어 가며 이 친구를 돌보아 주고, 또 좋은 교회에 연결 시켜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 나는 내 주변 친구들에게 이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주일에는 내가 속한 호주 현지 교회에도 이 친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몇 달 뒤 그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그는 그 집에 없었다. 어디론가 떠난 것이다. 나의 바쁨과 게으름을 한탄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을 때, 누군가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이 단 한 번 뿐이었을 지라도,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입니다. 작은 순종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그분의 영광을 계속 드러내실 것을 바라봅시다.”

오늘도 나의 친구, Marco를 위해 기도한다. 그를 통해 복음의 영광이 온 열방에 자랑되기를! 그리고 우리의 연약함과 뜻하지 않은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님께서는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시고, 그 분은 그 분의 선교를 하신다. 우리의 연약함 안에서 오히려 더욱 빛나도록 그 분의 신실하심을 드러내시며!

148번지
(사진. Marco를 만났던 ***148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