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주인 못 찾으면 그 피자 내가 살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48번지 남자에게 다시 가야겠다. 그리고 갈 때 피자 한 판과 성경책도 가져가야겠다.’
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당장 가야하나? 가서 뭐라고 하지? 낯선 동양인이 밤에 문을 두드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나님이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면 미친사람 취급하겠지?’
그러나 잠시 기도를 드렸을 때, 분명히 이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저 순종하기만하면 하나님께서 알아서 일하시겠다 평안함을 주셨다.
가게에 도착해서 뒷정리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피자 한 판과 NLT (New Living Translation) 신약성경을 들고 다시 148번지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또 여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까 그 남자가 다시 나왔다. 아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이 피자를 안 사겠다고 하며 들어가려고 했다. 들어가려는 그 남자를 붙잡았다.
“No, No. It’s for free. I want to give them for you.”
(아뇨, 아니에요. 이거 그냥 공짜에요. 당신에게 주려고 가져온 거에요.
“Are you sure?”
(정말인가요?)
“For sure. and I have one more thing.”
(정말이고 말고요.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어요.)
약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었다.
“I am a man of God. God said to me that I should visit you again and give you this book.”
(사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에요. 조금 전에 하나님께서 저보고 당신에게 다시 가보라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걸 주라고 하셨습니다.)
하며 가져간 성경을 주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정작 더 어색해 지기 시작한 건 그 친구가 성경을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부터이다. 그 친구는
“Um…… This…… is what I really need.”
(지금 나한테 정말 필요한 건 바로 이거야.)
하며 성경을 집어 들었다. 갑자기 나를 안아도 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끌어 안고 한참을 있었다. 그 친구는 집안으로 나를 초대해서 들어 갔더니 거실 소파에는 마리화나에 완전히 취한 여자가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여전히 내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친구인지 가족인지 모르는 그 여자의 욕하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하는 수 없이 그 남자는 다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은 예수를 사랑한단다. 아니 예수를 사랑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자기 주위에 모두 마약 중독자들뿐이고 자기도 그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깊은 어두움 속에 갇혀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 한줄기 소망의 빛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시고, 그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심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 가운데서 완전히 해방하셨노라고, 그리고 특별히 오늘 그 소식 전하기 위해 나를 당신에게 보내셨다고 선포했다! 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님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하나님 아버지께서 잃어 버린 자녀들을 얼마나 애타게 찾고 계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로 찾은 자녀들로부터 높임을 받으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자정 무렵까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 친구를 좋은 신앙공동체로 연결시켜 주고 싶었다. 우선은 신실한 호주 크리스천들과 함께 이 친구를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이 성경을 읽어 가며 이 친구를 돌보아 주고, 또 좋은 교회에 연결 시켜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 나는 내 주변 친구들에게 이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주일에는 내가 속한 호주 현지 교회에도 이 친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몇 달 뒤 그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그는 그 집에 없었다. 어디론가 떠난 것이다. 나의 바쁨과 게으름을 한탄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을 때, 누군가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이 단 한 번 뿐이었을 지라도,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입니다. 작은 순종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그분의 영광을 계속 드러내실 것을 바라봅시다.”
오늘도 나의 친구, Marco를 위해 기도한다. 그를 통해 복음의 영광이 온 열방에 자랑되기를! 그리고 우리의 연약함과 뜻하지 않은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님께서는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시고, 그 분은 그 분의 선교를 하신다. 우리의 연약함 안에서 오히려 더욱 빛나도록 그 분의 신실하심을 드러내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