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하는연인들을위해 #본격심쿵연애실화
1. 참을 수 없는 연애의 무거움
새로 나간 교회에는 좋은 청년들이 많이 있었다. 군 제대 이후에 한동안 세속의 가치에 찌들어 방황하던 나에게 이 청년부 모임은 신앙 회복의 축복을 안겨준 고마운 공동체였다. 휴학생이었던, 시간 많은 탕자에게 교회는 예배공간이며, 상담소요, 놀이터이자, 학교였다. 그리고 특별히 그 공동체에는 그 ‘교회 누나’가 있었기에 교회에 나가는 하루하루가 기쁨이요 충만이었다. 그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함께 찬양단을 하면서인데, 그녀는 앞줄에서 워십댄스를 했고 나는 뒷줄에서 싱어를 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에 반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녀의 찬란하게 빛나는 뒷모습에 반함과 동시에 ‘세상에 이 여자 보다 더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만큼 그녀의 자체발광, 아우라에 매료되었다.
그 해 초, 겨울에 찬양단 MT를 가서 멤버들과 친해지면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교제해오던 남자친구와 신앙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다가 이제는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실은 나도 좀 다른 문제이긴 했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진 어려움이 있었기에 비슷한 처지였던 우리는 뭔가 공통의 화제거리가 있었고, 그 대화를 계기로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밥 한 번 같이 먹고, 커피 한 잔 같이 했다.
정식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청년부 목사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목사님께서는 우리 둘 다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데다 새로운 만남에 앞서 좀 더 영적 성숙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한 마디로 지금은 아직 서로 만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실 내게 그리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본인 역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목사님의 말씀에 순순히 응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거의 순교(?)의 각오로 그 말씀을 따라야 했다. 목사님의 사랑이 담긴 조언이 구구절절 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한 나의 이 열정과 조급함이 한데 적절히 버무려져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초록 사나이로 변신 일보직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삼 일 이상 금식도 해보고, (난 두 끼 이상 금식을 하면 모든 기도에 응답을 받고, 마음의 속에 저항하던 어떤 이유들도 사라지곤 한다.) 단거리 마라톤도 해 보았지만 도대체 이 마음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