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EC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요즈음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듭니다. 본부사역이 무엇을 뜻하는 지 잘 모르고 시작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큰 기쁨과 감사를 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니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우리의 어떠함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행하셨음을 고백합니다. 할렐루야!

2007년 여름, 선교지에서 단기팀 피랍 사건의 여파로 정부의 권고에 의해 비자발적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사역의 결실을 맺고 있던 때라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귀국 후 다시 중동으로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우리 부부에게 하나님께서는 출애굽기 3장의 말씀을 통해서 상처받고 어려움 가운데 있는 선교사들을 돌보라는 부르심을 주셨습니다. 선뜻 ‘아멘’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선교지에서의 경험도 짧고 목회자도 아닌 부족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길은 부르심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본부사역에 헌신하였고, 벌써 11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3년간 부대표로 섬기면서 초대 본부장 유병국, 류보인 선교사님으로부터 예수님을 향한 열정을,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최철희, 최혜숙 선교사님으로부터 공동체를 이끄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족함을 아시고 예비하신 계획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부르실 때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아시고 좋은 사람들을 예비해 두셨습니다. 나이 어린 대표를 격려하고 섬겼던 선배 선교사들, 믿어 주고 함께 본부와 지부 사역에 헌신했던 협력 선교사, 지부장, 지부사역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긴 자원 봉사자들, 그리고 언제나 기도하며 기댈 언덕이 되어주셨던 본부와 지부의 이사님들, 모두가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WEC공동체를 함께 세워온 귀한 가족들입니다. 함께 헌신하고 짐을 나눠서 진 결과로 오늘의 한국WEC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형제에게 대접한 물 한 그릇도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함께 섬긴 모든 분들에게 영원한 것으로 넘치도록 채워 주시기를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한국 WEC에서의 시간을 통해 우리를 빚어 오셨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사역을 통해서 한없이 부족한 저희의 실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희를 용납한 공동체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희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모든 분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섬김을 통해서 나는 죽고 예수님이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안에 사는 연합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씩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WEC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더 깊은 영적인 자리로 나아가는 저희들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다가오는 10년은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달라질 것이고 세계 선교 환경도 급변할 것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도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예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 하나님 한 분만 의지하고 사랑으로 하나되어 믿음으로 함께 이 변화들을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작년 총회부터 이런 변화를 헤쳐 나갈 리더를 세워 달라고 기도하였는데, 하나님께서는 기도의 응답으로 김재형, 강경화 선교사 부부를 세워 주셨습니다. 새로운 리더와 함께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되어 성령을 따라 행함으로 사도행전 2장과 4장에 나타난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한국WEC이 되길 소망합니다. 지금까지 공동체를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서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계속 인도해 가실 줄 믿고 어디를 가든지 기도할 것입니다.

저희는 국제본부에서 WEC의 부총재로 2020년 초부터 섬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역할은 다르지만 한국WEC과 전세계 선교에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 것들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기 원합니다. 남은 2019년은 자동차 경주 도중에 타이어를 바꾸고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사역에서 한 발 떨어져서 조용히 주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필요한 준비들을 하려고 합니다. 위해서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리며!

글 박경남, 조경아(전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88호(2019년 봄호)에 실린 이임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