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5장 22절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 중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도전이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인내와 절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선교사로서 살아오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들을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먼저 배우는 한국말 중의 하나가 “빨리, 빨리”라는 것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 근원이 어디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민족의 근대사와 민족적 기질의 특성이 어떤 결정과 상황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급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한국 사람에게 이러한 민족성과 기질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내가 우리의 삶에 큰 도전이 되는 것에는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크고 많은 도전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매일의 뉴스를 통해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쉽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러한 시각을 주셨고, 또한 성경이 이러한 마지막 때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교학자들은 이제 선교의 최종 마무리 단계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더욱 힘써서 선교하자’고 도전합니다. 일부 급진적인 선교 단체들은 이에 부응하여 마지막 때에 ‘급한’ 세계 선교의 책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WEC 선교회가 시작되었을 때도 이러한 영적인 분위기가 충만했었고, 그 복음 전파의 긴급성과 절박성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긴급한 복음의 도전 앞에 우리는 인내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긴급하게 우리의 책무를 다해야 하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인내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선교가 보여준 “빨리빨리”선교의 폐해가 지금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과에 인내하지 못한 우리 한국선교는 인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거나 적지 않은 선교의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이로 인해 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한국 선교의 실질적인 역사는 서구 선교역사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이 짧은 시간의 수고에 대한 열매를 인내로 기다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내하고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마치 주도권을 우리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내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선교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의 열매나 결과물을 보면서 우리가 행한 일을 측정하고 좋아합니다. 이렇게 결과에 집착하고 중한 가치를 두는 것은 선교의 주도권을 우리에게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할지라도, 수고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함으로써 하나님께 그 주권을 드려야 합니다.
주님 재림의 가장 큰 조건이 있다면, 바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될 때’라고 마태복음 24장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민족이 믿었느냐, 얼마나 많은 수의 개종자가 나왔느냐’가 주님 재림의 주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집중해서 선교해야 하는 것은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주님의 긴박한 부르심입니다.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이 주어진 사명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며, 그 행한 일에 대한 결과와 열매는 주님께 맡겨드리는 인내를 가져야 합니다.
선교의 효율(Efficiency)은 하나님께 우리의 선교의 주권을 돌려드릴 때에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효율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선교의 열매에 대해 인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선교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내는 맹목적으로 참는 것이 아닙니다. 인내는 신뢰 가운데 하나님을 전적으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글 김재형·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89호(2019년 여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