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석하는 교회 가는 길목에 주유소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주일 아침, 교통신호 대기로 그 앞에 잠시 멈추어 섰는데, 주유소에 “I’m your energy”라 쓰여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후로는 예배를 드리러 갈 때마다 그 문구를 확인하여 읽곤 했습니다. ‘나의 에너지는 무었일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나는 나의 에너지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나의 에너지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지금 우리가 사역하고 있는 공동체를 떠올리며, 우리 공동체는 과연 사람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공동체는 우리의 삶에 건강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우리가 섬기고 함께 하는 교회와 일터 그리고 선교회가 이러한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는 어떻습니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활기찬 에너지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까?
올여름 한국 WEC 본부 사무실은 선교지에서 열심히 살다가 잠시 귀국한 선교사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자녀들의 방학에 맞춰 2~3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와 두세 달 안식월을 보냅니다. 안식월이라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기도와 후원으로 그들의 선교사역에 함께 한 교회와 지인들을 만나며 한국 내의 동역자들을 격려하는 일을 합니다. 한국 본부에서는 안식월로 귀국하는 선교사들을 만나 선교지에서의 삶과 사역을 함께 돌아보는 디브리핑(debriefing)을 합니다. 이 디브리핑의 목적은 선교지의 삶과 사역을 반추하며, 우리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재점검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데 있습니다. 또한 감사와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난 선교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주님만이 우리의 힘이며, 선교지에서의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복음의 핵심은 주님이십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은 복음입니다. 복음의 능력과 사랑은 우리의 본성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마음이며, 아버지를 떠나 방황하는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사랑과 긍휼의 마음입니다. 이 복음은 바로 우리의 힘(energy)입니다. 주님이 빠진 삶이나 사역은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하며, 힘(energy)도 없고, 기쁨도 없습니다. 한 영혼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지속하고, 긍휼히 여기는 것은 인간적인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훈련한다고 하여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늘의 보좌를 버리고 육신의 옷을 입고 거룩함 대신 수치의 절정인 십자가의 길로 순종하신 주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우리의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영문 밖으로 나아가 사랑이신 주님의 마음으로 채움을 입어야 합니다. 주님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를 전달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는 지쳐도 주님은 지치지 아니하시고, 우리가 연약하여 넘어져도 주님은 우리를 다시 일으키시고, 우리가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선교의 부르심을 좇아가기를 버거워 할 때에도 주님은 “함께 하마, 내가 하마” 하시며 우리에게 힘과 능력을 부어 주십니다.
선교 동원이 더 어려워졌다고, 선교가 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만날 때마다 “주님, 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은 여전히 이렇게 대답하시는 듯합니다.
“희어져 추수할 밭들이 참으로 많단다. 내가 함께 한다.”
주님은 우리의 힘(energy)입니다! Jesus is my energy!
글 김재형·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90호(2019년 가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