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 WEC 선교회는 본부 연례총회를 주제 말씀으로 시작한다. 한국 총회가 연초에 있는 관계로 그 주제의 말씀이 한 해 동안 어떻게 약속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소망하게 된다. 이 주제의 말씀은 새로운 해를 살아가게 하는 우리 중심의 말씀이 된다. 새로운 한 해에도 행하실 주님을 기대하고 우리가 붙잡아야 할 약속의 말씀으로, 하나님과 그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이 주제의 말씀을 우리의 삶과 사역에 함께 맞추어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주는 것 같다. 2020년의 주제는 시편 37:5절의 말씀으로 “여호와께 네 길을 맡기라”이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올해의 표어 정하기는, 국내 사역 선교사들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함께 나누었고, 그렇게 올라온 성경 구절들을 살펴보면서 리더십에서 같이 기도하며 최종 구절을 결정했다.
올해 주제의 말씀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맡기다”라는 단어이다. 히브리 원어적인 의미는 ‘roll up, roll away’이고, ‘너의 길을 여호와께 굴려라’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굴려 버리고 방향 없이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대상이 분명히 있다. 확실한 대상, 신뢰할 만한 대상, 여호와께 맡기라고 하신다. 즉, 우리가 맡길 수 있는 대상을 신뢰하는 근본적인 믿음이 없이는 우리는 우리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거나 굴릴 수 없다. 이 신뢰라고하는 부분은 그냥 무작위로 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첫째로 우리의 길을 맡길 대상인 하나님은 과연 누구이신가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맡길 대상을 잘 알아야 한다. 그는 선하다. 이 말은 아주 짧고 단순하지만, 이말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너무나 심오하여 우리의 인생 전체를 맡길 만한 선언이 될 수 있다.
둘째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길을 맡길 것인가? 그 방법은 바로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신뢰와 연결된다. 신뢰하기에 기다릴 수 있다. 또한, 맡긴다는 의미는 기다림을 빼놓고 연결 지을 수 없다. 어떤 상황 가운데 기다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다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는 우리가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기다림은 필수적이다. 이 기다림의 구약적 의미는 전혀 수동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기다림의 히브리어 원어적인 의미는 마치 사냥꾼이 덫을 놓고 그 먹잇감을 기다릴 때에 사용하는 단어이다. 기대함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성경적인 기다림은 항상 긴장과 기대가 함께 간다. 하나님(그 선하심)에 대한 기대로 인내하는 것(wait with anticipation)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WEC의 열정이기도 하다.
새로운 한 해 2020년에도 수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의 길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우리의 길을 그분께 맡긴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리에게 너무나 신실하시고, 언제나 신실하시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복음으로 가득 찰 때까지 아니 영원토록, 그의 선하심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니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며 온전히 맡겨보자.
글 김재형·강경화 (한국 WEC 대표)
위 글은 RUN지 92호(2020년 봄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