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5.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본격심쿵연애실화 #선교하는연인들을위해

5.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대부분의 연인들이 그렇지 않을까?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더 사랑하고 더 다투고 더 화해하고…… 우리도 그랬던것 같다. 재밌고 좋을 때는 한 없이 좋다가 잘 싸우고 토라지고 또 금방 화해하고 뭐, 그런 것을 늘 반복했다. 특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 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음~ 마음 속에 있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 때문에도 자주 다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가 ‘우리 그만 헤어져’라고 하면 ‘아, 이 여자가 지금 마음이 많이 답답하구나.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저러는 구나.’로 해석하면 98% 정도 맞는데, 그냥 아무말 없이 얘기를 들어주면 (약간의 추임새, “아~ 그랬구나” 정도만 사이사이 넣어서) 여자들은 자기가 혼자 막 성질 내고 울고하다가, 혼자 마음 풀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자가 정화 시스템’이 탑재되어있다. 그때 남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슬쩍 닦아주며,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싸우다 지친 여자친구의 배를 채워 줘야한다. (여자든 남자든 배고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러니 싸웠을 때 금식기도를 하면 영적성숙은 커녕 더 싸우기 마련이다.) 거기다 정성껏 쓴 손편지와 작은 선물 하나를 내밀면 금상첨화인데 이정도 되면 대체로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청한 것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4년의 연애기간동안 여자친구에게 딱 한 번 심각하게 헤어지자고 말한적이 있다. 교제한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인데, 그 때는 여자 친구와의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지만 그 외에도 심각한 집안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서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지?’하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기였다. 그와중에 여자친구의 시기 질투가 한데 적절하게 버무려져 나는 완전히 깊은 동굴로 들어가 나오지를 못했다. 내가 동굴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감에 따라 여자친구의 마음도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의 깊음 위에 있었다. 남자친구가 뭣 때문에 힘들다고 이유나 제대로 얘기해 주면 속이나 시원할텐데, 입을 꾹 닫고 동굴 속에 들어가 돌부처처럼 앉아 있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나대로 만일 내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문제가 평생 반복된다면, 그래서 나 뿐만 아니라 내 자녀들에게 까지 이런 고통이 대물림 된다면, 나는 이쯤에서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평생 혼자 조용히 살아야 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