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7. 백수에게도 볕들 날이 올 것인가?)

#본격심쿵연애실화 #선교하는연인들을위해
7. 백수에게도 볕들 날이 올 것인가?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우리는 4년간의 연애를 통해 산전수전공중전을 겪고, 단맛쓴맛똥맛을 골고루 보았다. 그 정도의 관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혼을 주저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주저했었다 기 보다는 남자였던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20대에 들어서서 (특히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군 제대 이 후로) 계속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명목아래, 실제로는 ‘먹고’대학 ‘놀자’과를 졸업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제일 바쁜 ‘하얀 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영화에서 보던 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무릎을 꿇어서 “Will you marry me?”하는 것은커녕, 갱상도 싸나이식으로 “내 아를 낳아도” 역시 당연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삶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계기가 있었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존재와 내면의 변화의 시작, 바로 십자가 ‘복음’에 믿음으로 참예하기 시작한 것이다. 십자가에서 옛자아의 죽음을 경험 할 수 있었던것은 내가 얼마나 소망없는 죄인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 얼마나 헌신하며 사역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단히 헌신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나의 전부를 드린 것은 아니었다. 내면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며 100%를 다드리지 못하고 꽁꽁 숨겨 놓은 1%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고 또 내 삶의 많은 영역들은 헌신되어 있지만, 남겨진 1%를 보면 여전히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 할 수 없었다. 성령님께서 말씀의 빛으로 내 마음을 조명해 주시며 깨닫게 해주셨다. 결국 주님 앞에 온전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항복하게 되었다. 숨겨 놓은 1%까지 다 드리며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하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십자가에서 나는 죽고 내안에 예수그리스도가 사심을 믿음으로 살아내기 시작했다. 이 놀라운 복음의 소식을 여자친구에게 나누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친구는 내가 말하는 복음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 나를 사이비 광신도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게 아니다. 우리를 온전히 드리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전심의 믿음을 가져야한다.” 등등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여자친구는 “너만 믿음있냐? 그럼 지금까지 내가 믿어온 것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나는 계속해서 몰아 붙였다. “그건 믿음이 아니다. 봐라. 우리가 믿는대로 살고 있느냐? 우리가 서로를 잘 알지만 말씀따로 삶따로 살아왔지 않느냐? 그렇게 살다가는 우리는 지옥갈꺼다.”라고 했더니 여자친구는 열폭하며, “그래? 이런게 믿음이 아니라면 그럼 나는 지옥갈련다.”며 초 강수를 두었다. 그 말에 충격을 받으며 내가 한 말이 있는데, 이것은 절대 내 머리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분명 성령님의 지혜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안돼, 나 그럼 당신을 따라 지옥까지 갈꺼야!” 이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들은 여자친구는 여전히 화는 많이 났지만 ‘저 거북이 등가죽 같이 지독히도 안 변하던 녀석이 진짜 뭘 보긴 봤구나…… 뭘까?’ 하며 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기 시작했다.

여자친구가 생각하기를 지난 4년을 옆에서 쭉 지켜봐 왔지만 이 번에는 남자친구의 삶이 정말 변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열정도 있고 헌신도 있었지만, 결국 믿는 대로는 다 살지 못하던 우리였는데, 남자친구가 믿음대로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한 3개월 정도 지켜보며 여자친구도 내면의 목마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의 복음에 믿음으로 참예하기 시작하였다. 이 십자가 복음은 우리의 태도와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살아갈 이유와 방향을 함께 제시해 주었다. 우리를 기쁘게 하고 우리를 유익되게 하는 삶의 방식을 본능적으로 추구해오던 우리가, 이제는 본성을 거슬러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을 대하여는 산자로 여기며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함과 열방이 주를 예배하며 찬송하는데 우리 삶을 드려야겠다는 목적을 갖게 되었다. 그런 삶의 분명한 목적과 함께 ‘평생 선교사로 살아가기’라는 주제가 우리 안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선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만가지가 있었으나, 선교를 못 할 이유들은, 십자가에서 예수와 함께 우리의 옛 자아도 죽으며, 무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우리가 결혼을 더 미룰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Will you marry me?’같은 아름다운 프러포즈…… 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4년 만에 처음으로 결혼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선교훈련을 함께 받으며 결혼하자고 했던 게 2006년 9월이었고, 우리는 그 바로 다음달인 10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