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동 여섯식구 이야기 (10. 주님이 전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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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주님이 전부입니다!

약간 멍한 상태였다. 남편인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어야 하는데, 아내랑 마냥 같이 울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수술 날짜와 겹치는 일정이 있었다. 비전 트립을 가기 전에 이미 잡힌 일정 중에 한 복음 집회에 자원봉사자로 섬기기로 했었다. 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유보다도 복음에 갈급함 때문에 오는데, 이 집회가 십자가 복음의 영광과 능력과 축복 앞에 서며 영원한 생명을 주는 복음을 경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5박6일의 집회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섬기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섬기는 분들도 모두 이 복음 집회를 이미 경험한 분들로서 복음의 가치와 정신에 따라 ‘나는 죽고, 오직 주님만 내 안에 사십니다’는 마음으로 이 집회를 섬기셨다. 나도 이 집회에 자원 봉사자로 섬길 것을 자발적으로 요청했고, 요청한 사람들에게 하는 전화 인터뷰도 받았다. 인터뷰의 내용은 이랬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 안에 복음에 대한 갈망을 확인하고, 이 섬김의 자리로 부르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확인한다. 인터뷰하시는 분께서 나에게 “이 번 집회에 자원 봉사자로 부르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어떠한 어려움과 오지 못할 상황들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전심으로 순종하시겠습니까?” 라고 질문했고,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으로 “아멘!”이라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집회 시작 몇 주전에 사전 모임을 갖게 된다. 인터뷰에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전 모임을 참석하지 않으면, 복음 집회에 자원봉사자로 섬길 수 없게 된다. 무척이나 까다롭게 이런 절차들을 두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사람의 부름보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는지…… 내 형편이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로 던져 버릴 수 있었던 하나님과의 약속들, 그 다짐들…… 이제는 내 형편과 상황이 결론이 아니라, 진리가 결론이다!

내 내면에서 십자가의 복음을 치열하게 경험한 것을 이제는 실제 삶의 자리에서 경험할 차례였다. 복음 집회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아내의 유산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가운데서 하나님께서는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말씀은 내 삶을 어떻게 인도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대로라면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자원 봉사자든 뭐든 하나님께서 부르신 자리로 나아가는 것은 이제 우리 부부의 삶에 어떠한 일보다도 중요한 것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유산할 것을 모르셔서 이 일이 생기고 나자 하나님 당신 조차도 무척 당황하고 계신 게 아니었다. 선하신 그 분께서 우리를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이런 상황으로 몰아 넣으신 건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수없이 이런 고백을 드렸었다. ‘주님이 전부입니다. 무엇과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분이 십니다. 이제는 주님만 의지합니다. 사람을 의지하고 돈을 의지하던 나는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내 마음 안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정말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주님을 신뢰할 수 있나? 이 상황에서도 주님께 전적으로 순종 할 수 있나?’ 눈을 감으면 1분에도 수백 번의 질문들이 마음에 쌓였다. ‘이것은 미친 짓이야.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아니, 교회에 가서 목사님들께 여쭤봐. 열이면 열, 전부 병원에 가라고 할 거야. 이것은 타협이 아니야. 남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야.’ 사람을 의지하던 나는 죽었다고 하면서 결국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저…… 지금 어느 집회 모임에 가야 하는데 아내랑 병원 가는 시간과 겹쳤어요. 아버지가 저 대신 어미 데리고 병원에 가주실 수는 없나요?” 아들의 철없는 질문에 아버지께서는 어이가 없으셨는지 화도 안내시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타이르셨다. “얘야, 지금 너는 어떤 게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어미랑 같이 병원에 가거라.” 패배감이 엄습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