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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소망, 주께 있네!
오전에 시약을 투여하고 오후 수술 시간을 기다리며 집에 누워있는 아내와 함께 이 상황을 놓고 기도했다. 아내가 한 번이라도 내게 ‘인간아. 나를 두고 어딜 가려고 하냐! 허튼 생각 집어 치워라.’라고 속 시원히 말해 줬으면 고민이라도 덜 했을 텐데, 아내는 오히려 내게 “순종하기로 한 거 끝까지 순종해야지. 어서 가.” 그러는 게 아닌가? 모임 시간은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수술 예약 시간은 오후 5시였다. 모임에 가면 아내는 혼자 병원을 가든지 수술을 미루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갈등하던 끝에 어렵게 집을 나섰다. 차를 운전하고 한 시간 가량 모임장소로 가는 동안 쉬지 않고 마음 속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모임장소에 10분쯤 늦게 도착했다. 3시 10분. 이미 찬양 시간이 시작되었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도저히 기도가 나오지를 않았다. 그 때 부르고 있던 찬양이 ‘생명 주께 있네’였는데, ‘생명! 주께 있네!’라고 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생명이 주님께 있는데 왜 우리 아이를 지켜 주시지 않았을까?’ ‘능력! 주께 있네!’ 하는데 ‘능력이 주님께 있는데 왜 우리 아이는 놓치셨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이 내 안에서 가시지를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소망! 주께 있네!’ 하는 찬양과 함께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아멘!’하는 고백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모든 소망이 오직 주님께 있지! 우리 주님이면 충분하지! 주님은 우리에게 전부이지! 아멘 이고 말고! 하나님께서는 죽음도, 생명도, 천사도, 하늘의 어떤 권세도 끊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며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아끼지 않고 우리에게 내어 주셨지! 할렐루야!’ 한 시간 가량 예배를 드리고 말 할 수 없는 평안함 가운데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제 되었다.’는 마음을 주셨다. 곧바로 복음 집회의 스텝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술 예약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 하자마자 아내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금방 끝났다. 회복 실에 누워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를 붙들고 나도 같이 울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누워있는 아내에게 오늘 하루 내 마음 안에서 수백 번 싸웠던 영전전쟁의 일들과 오직 소망이 주님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던 승리의 소식을 전했다. 아내와 함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우리 부부에게 다시 한 번 새 생명의 기회를 주신다면 그 아이의 이름을 ‘소망’이라고 부르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또 다시 나는 어떤 기도 모임에 갔는데, 그 복음 집회와 연관이 있는 기도 모임이었다. 모임 중에 잠시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에 복음 집회를 운영하는 스텝 중에 한 분이 내게 와서 이 번 집회 때 자원봉사자로 섬겨 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번 복음 집회 사전 모임에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다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복음 집회 원칙 상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 스텝이 원칙은 그러한데 스텝회의 때 내 이야기로 상의를 하면서 예외를 두고 내가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섬김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막 돌아서는데, 하나님께서 내면의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그 스텝이 내게 섬김의 기회를 다시 준 것이 하나님의 사인처럼 들렸다. ‘주홍아, 상황을 보지 않고 순종해서 고맙다. 그리고 잘했다. 아들아! 계속 그렇게 모든 상황 가운데서 나를 신뢰하고 따라오렴.’ 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오직 소망은 우리 주님께 있다!
(다음에 계속……)